임직원 누구나 개발·기획 부서에 요청하지 않고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쓰는 회사가 있다. 2020년 설립된 이커머스 마케팅 기업 스토어링크는 올해 초부터 AX(AI 전환)를 본격 추진하며 사내 기획·개발 자동화 플랫폼을 일상 업무에 쓰고 있다. 9월에는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인 박범서 CAIO(최고AI책임자)를 영입해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나아가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판매자는 쿠팡·네이버는 물론 버티컬 커머스까지 살펴야 하고, 신경 써야 할 채널만 100개가 넘는다. 스토어링크는 이렇게 흩어진 채널 데이터를 모아 진단하고 개선까지 직접 실행하는 사업을 해 왔다. 6년간 커머스 데이터를 쌓았고, 사업 영역은 AI 답변 속 브랜드 언급을 측정·개선하는 곳까지 넓어졌다.
정용은 대표는 사내 자동화 플랫폼을 두고 “이제는 무언가를 만들 때 기획이나 개발 쪽에 요청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나 필요한 것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 그게 우리만의 독특한 조직문화예요.”라고 말했다.
입력하면 구현되고, 테스트를 통과하면 배포된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사내 기획·개발 자동화 플랫폼에 원하는 것을 입력하면 구현 결과가 나온다. 결과를 확인하고 ‘확인 요청’을 누르면 AI가 개발을 마무리하고, 자동 테스트를 통과하면 배포된다. 정책 울타리 안에서는 별도 결재 없이 제작할 수 있고, 정책에 걸리는 사안만 리더 미팅에서 결정한다.
정 대표는 “기획하고 설계해 놓으면 개발과 UI·UX 디자인은 AI가 알아서 합니다. 예전에는 좋은 기술이 나와 효율이 10%, 20%만 좋아져도 대단했는데, 지금은 1,000%, 2,000%도 아니고 1만% 이상 좋아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플랫폼 하나를 만들 때 최소 4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혼자서 가능하다고 한다.
정 대표는 그동안 유료로 쓰거나 광고를 보며 쓰던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봤는데, 같은 기능을 구현하는 데 15분이 걸렸다. 불편했던 점까지 고쳐 더 나은 형태로 다듬는 데는 한두 시간이 들었다.
속도: 얼마나 빨리 해 보고 고치느냐
스토어링크의 핵심가치는 다섯 가지인데, 정 대표가 요즘 가장 힘주어 말하는 것은 신속한 실행과 즉각적인 개선, 곧 속도다. AI가 일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누구나 AI로 일정 수준의 결과물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차이는 얼마나 빨리 해 보고 고치느냐에서 벌어진다고 그는 설명한다.
정 대표는 “속도가 빠른 사람이 이제 10명, 20명 몫을 할 겁니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도 AI를 잘 쓰는 개발자는 기획과 디자인까지 혼자 다 해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회사는 최신 AI 강의를 꾸준히 제공하는 등 교육도 지원한다. 다만 정 대표는 직접 써 보는 경험에 더 무게를 둔다. 그는 “AI는 교육받기보다 써 봐야 합니다. 누구보다 잘 가르치는 게 AI니까요.”라고 말했다. 모든 기업이 AX에 관심을 두는 지금의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스토어링크가 조금 빠를 뿐이에요. 지금은 모든 기업이 AX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들 하니까, 안 하면 안 되는 일이 됐죠.”라고 말했다.
AI가 바꾸는 전문성의 의미
정 대표는 “AI가 고도화되면서 ‘전문성’의 의미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경력 개발자보다 AI가 코드를 더 잘 짜고, 디자이너가 한 달 동안 공들여 만들던 페이지를 AI가 고객 상황별로 30종씩 1분 안에 만들어 냅니다.”라고 말했다. 프론트엔드만 계속할 경우 5년 뒤에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박범서 CAIO는 2016년부터 AI를 연구해 왔다. 그는 AI 네이티브 기업에 대해 “AI 네이티브 기업이라고 하면 AI가 잘 적용된 회사를 떠올릴 수 있지만, 저는 AI가 없어지면 망하는 회사라고 봅니다. 그 정도로 AI와 함께 움직여야 살아남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맡는 일의 범위를 넓히는 AX
정 대표는 속도만큼 협력과 소통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X를 추진한다고 모든 일이 자동화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 대표는 AX를 사람이 맡는 일의 범위를 넓히는 과정으로 본다. 그는 “고객을 직접 만나 미팅하고 보고하는 일까지 AI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사람이 필요한 영역이 있어요. 고객과의 관계도 결국 사람이 맺고 이어가는 만큼, AX로 가는 과정에서 지금 일하는 분들의 미래 커리어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스토어링크는 AI 네이티브 기업이라는 방향을 향해 AX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