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에 AI를 도입한 기업의 성과는 AI의 성능보다 사람이 개입할 기준을 미리 정해 뒀는지에서 갈렸다. 리멤버앤컴퍼니가 30일 공개한 'AI 고객경험 리포트'의 조사 결과다. 리멤버 리서치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의 고객 응대(CS) 실무자와 의사결정자를 조사했다.
리멤버앤컴퍼니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를 운영하며 최재호·송기홍 각자대표가 이끈다. 리멤버 리서치는 리멤버의 기업 조사 서비스다. 조사는 제조·건설, 금융·보험·증권, 유통·이커머스, IT·통신·서비스 4개 업종을 대상으로 했고, 기업 규모별 응답자를 균등하게 구성했다. 분석 대상은 AI 도입에 따른 인력 운영 변화, 고객 반응, 업무 성과, 향후 투자 방향이다.
AI 도입 기업, 인력은 감축보다 재배치
AI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고객 응대 인력을 다른 업무로 재배치한 비율은 45%였다. AI를 이미 활용 중인 기업 중 인력을 충원한 곳은 29%, 감축했다고 답한 곳은 18%였다. 다만 이 결과가 AI가 인력 증가의 직접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AI를 아직 도입하지 않은 기업에서는 36%가 도입하면 고객 응대 인력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에서 실제 감축 비율은 18%에 그쳤다.
상담원 연결 요구 50%…효율은 올랐지만 체감은 달랐다
AI 도입 기업이 가장 많이 경험한 고객 반응은 상담원 연결 요구로, 50%였다. 같은 문의를 다시 접수하는 경우도 45%였다.
성과 지표에서는 응답·대기 시간, 처리 비용 등 기업 관리 지표가 개선됐다는 응답이 평균 65%였다. 고객 만족도·브랜드 이미지 등 고객 평가 지표가 개선됐다는 응답은 평균 52%로 더 낮았다. 운영 효율성과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
갈림길은 AI와 상담원의 역할 구분 기준
AI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한 기업 가운데 AI와 상담원의 역할 구분 기준을 갖춘 비율은 78%였다.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응답한 기업에서는 32%였다. 두 집단의 차이는 46%포인트다.
성과가 미흡한 이유로는 고객의 상담원 연결 요구가 56%로 꼽혔고, 답변 정확도는 16%였다. 그러나 AI 도입 기업 중 AI와 상담원의 역할 구분을 명문화한 곳은 8%에 불과했다.
리멤버 마켓데이터사업실 주대웅 실장은 “이번 조사에서 AI 도입의 성과는 AI의 성능보다, 사람이 언제 나설지 기준을 미리 정해 뒀느냐에서 갈렸다”고 말했다. 이어 “AI에게 고객을 맡길 수 있지만, 사람이 이어받아야 할 순간도 분명하다는 것이 현장의 답”이라고 설명했다.
요구 역량 변화…AI 도구 활용 능력이 가장 높아
AI 활용으로 중요성이 높아진 역량으로는 AI 도구 활용 능력이 53%로 가장 많이 꼽혔다. 데이터 해석·분석력은 44%, 감정 대응·공감 능력은 30%였다. 고객 응대 인력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상담원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도입은 초기 단계, 투자 확대 의향은 높아
고객 응대 업무에 AI를 도입했거나 시범 적용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74%였다. 전사·전 채널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 기업은 6%로, 확산은 아직 초기 단계다.
앞으로 1년 안에 고객 응대 분야의 AI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53%였고,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4%였다. 새로 AI를 도입하려는 영역은 상담 요약·자동 분류가 30%로 가장 많았다. 보이스봇·음성 응대가 26%, 상담원 실시간 지원이 24%로 뒤를 이었고,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 챗봇은 19%였다. 상담원을 지원하는 기능 중심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주 실장은 “앞으로도 리멤버 리서치는 기업이 AI 전환 과정에서 마주하는 선택을 실무자와 의사결정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짚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