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실제로 작동하는 앱으로 옮기는 과정을 줄이는 개발 플랫폼을 만든 곳이 있다.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해 온 이든크루(남경아 대표)는 기업용 앱 실행 플랫폼 Lucy Platform을 개발해 NH투자증권 데스크톱 거래 앱 ‘나무 맥스’ 등에 적용했다. 회사는 이 플랫폼을 SaaS, 공공시장, 해외로 넓히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AI 어시스턴트 Lucy Devora도 개발 중이다.
Lucy Platform은 모바일·PC·웹을 통합해 개발하고 운영하는 이든크루의 플랫폼이다. 디자이너가 피그마(Figma)에서 만든 디자인을 Lucy Studio로 불러오면, 개발자가 시세 조회·주문 처리 같은 기능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화면과 업무 로직 정의를 실행 환경과 분리해 iOS·안드로이드·웹·윈도·macOS에 대응한다. 구글의 크로스플랫폼 프레임워크인 플러터(Flutter)가 Lucy의 기반 기술이다.
HTS·MTS 개발의 반복 부담에서 출발한 Lucy Studio
남경아 대표는 1993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고, 2015년 이든크루를 세웠다. 증권사 HTS·MTS를 개발하다 보면 비슷한 화면과 기능을 반복해서 구현해야 하고, PC와 모바일 화면을 따로 작성해야 했다. 회사는 디자인을 코드로 변환하는 부담까지 줄이기 위해 2019년 Lucy Studio 개발에 착수했다.
남 대표는 당시의 문제의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증권사 HTS와 MTS 화면을 직접 개발하면서, 디자인을 실제로 작동하는 앱으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지 몸소 겪었습니다. 디자인을 코드로 다시 옮기는 부담만 덜어도 개발자는 핵심 업무 로직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체 플랫폼 투자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한다. 남 대표는 “가장 크게 고민한 결정은 SI 사업을 이어 가면서 자체 플랫폼에 투자할 것인가였습니다. 고객 프로젝트는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원이지만, 플랫폼 개발은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투자입니다.”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SI와 플랫폼 개발을 병행하기로 했다. 2019년 자체 개발 도구로 시작한 기술이 나무 맥스라는 실제 투자자용 금융 서비스로 자리 잡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이든크루는 유안타증권 MTS 개발로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으로 고객사를 넓혀 국내 8개 증권사와 해외 3개국에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인력은 개발자 16명을 포함해 19명이다.
첫 고객 NH투자증권과 늘어나는 도입 증권사
NH투자증권은 Lucy Platform의 첫 고객이다. 2023년 개념검증을 거쳐 2025년 Lucy Platform으로 개발한 나무 맥스가 2026년 7월 macOS용, 8월 윈도용으로 공개됐다. NH투자증권과의 협업은 이어진다. 데스크톱 거래 앱에 이어 오는 11월 12일에는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오픈할 예정이다.
2023년 5~12월 프로젝트에서 기존 방식과 비교한 결과도 있다. 콘텐츠 화면 제작 시간은 30% 줄었고, 애니메이션 효과 제작 시간은 60% 줄었다. 화면 구현에 필요한 소스코드 양은 30~50% 감소했다.
신규 고객도 늘고 있다. 교보증권과 유진투자선물이 Lucy Platform을 도입해 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남 대표는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Lucy Platform을 도입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 도입이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진 것은 고객이 플랫폼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든크루의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약 51% 늘었다. UI 자동 생성 기술 특허도 확보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한 성과로 ‘2026년 중소기업 R&D 우수성과 50선’에도 선정됐다.
AI 어시스턴트 Lucy Devora와 개발 도구 정비
이든크루는 AI 개발 도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개발 중인 AI 어시스턴트 Lucy Devora는 자연어 요구사항으로 화면 수정과 스크립트 작성을 돕는다. 실행 엔진, 공통 기능, AI 개발 도구는 김진상·조성주 이사와 손성경 부장 등이 담당한다.
사용 안내, 예제, 기술 지원 체계 정비도 진행 중이다. 다른 산업으로 진출하려면 새로운 이용자가 스스로 제품을 익히고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회사는 판단했다. 남 대표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고객이 스스로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것은 별개의 과제입니다.”라고 말했다.
TeamCloud 고도화와 SaaS 베타 계획
Lucy TeamCloud는 이든크루의 협업 도구로, 고객사 서버에 구축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제공된다. 이든크루는 TeamCloud 고도화 버전을 2026년 12월 말 기존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SaaS 베타 버전은 2027년 초 공개할 계획이다.
국내 공공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중소벤처기업부 혁신제품 지정을 신청해 서류·발표 평가를 마치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정되면 공공기관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 이외 산업으로의 적용을 위해 SI 기업·개발사와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남 대표는 장기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금융권에서 검증한 Lucy Platform을 국내외 여러 산업으로 넓혀, 기업과 개발자가 모바일·데스크톱·웹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앱 실행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고품질의 앱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이든크루의 사명입니다.”
MWC 시연, 도쿄 FlutterKaigi 참가
이든크루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6 현장에서 Lucy Platform을 선보였다. 금융권 적용 사례도 함께 시연했다. 10월 29~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FlutterKaigi 2026에도 참가한다. 정인재 과장이 골드 스폰서 부스와 세션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조성주 이사는 기술 세션에서 일본어로 발표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 행사에서 해외 협력 기회를 모색할 구상이다.
새 프로젝트의 성과는 첫 작동 화면 제작 시간, PoC 도입 전환율, 기존 고객 유지와 확장 여부를 주요 지표로 삼아 측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