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담 답변 약 6만7000건 가운데 65%가 환자 본인의 진료기록을 직접 근거로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AI 스타트업 퍼슬리의 오상준 공동대표는 16일 베트남 하노이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원격의료학회(ATS) 2026 학술대회 ‘AI in Action’ 세션에서 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주제는 ‘From Connection to Context(연결에서 맥락으로)’로, 환자가 직접 수집한 병원 진료기록을 AI 상담에 연동한 사례를 다뤘다.
ATS 2026은 한국·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의료계 관계자가 참여해 지난해 서울에서 출범한 아시아원격의료학회의 올해 하노이 두 번째 학술대회다. 올해 학술대회에는 베트남 현지 의료인 약 600명이 참석했다. AI in Action 세션은 웰트 강성지 대표가 기획했고, 닥터나우 정진웅 대표와 베트남 IVIRSE의 Ta Thi Kim Hue 박사가 연자로 나섰다.
환자 동의로 기록을 모아 AI 답변의 근거로 쓰는 구조
퍼슬리의 방식은 환자 동의를 받아 여러 의료기관의 의무기록을 발급받아 연동하는 것이다. AI는 그 기록과 진료 지침, 의학 자료를 근거로 상담 답변을 내놓는다. 답변 문장마다 출처를 표시해, 이용자가 정보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비스 이용 데이터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기록을 연동한 환자 1인당 확보한 진료기록 기간은 평균 9년이었다. 10년이 넘는 진료기록을 가진 연동 환자는 3명 중 1명꼴이었고, 두 곳 이상 의료기관의 기록을 함께 모은 연동 환자는 29%였다.
기록을 연동한 환자에게 제공된 AI 상담 답변은 약 6만7000건이다. 이 중 65%는 해당 환자의 진료기록을 직접 근거로 인용했다. 퍼슬리는 서비스 출시 약 1년 만에 누적 사용자가 10만 명을 넘었다. 환자 동의 기반 의무기록 연동 AI 상담 서비스는 앱과 카카오톡에 이어 음성·전화로 채널을 넓혀 운영하고 있다.
헬스벤치 하드 65점은 자체 측정
퍼슬리는 오픈AI가 공개한 의료 AI 평가 지표 헬스벤치 하드(HealthBench Hard)를 활용해 자체 측정한 결과 65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자체 평가 결과인 만큼 성능 비교나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평가 조건과 별도 검증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 대표는 발표에서 원격의료의 과제를 이렇게 짚었다. “원격의료가 거리의 한계는 넘었지만, 원격진료의 질은 결국 그 뒤에 있는 환자의 과거 기록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여러 병원을 오가며 치료받는 환자처럼 원격진료가 가장 필요한 환자일수록 기록이 여러 병원에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한 개정 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이뤄졌다. 시행일은 12월 24일로 예정돼 있다. 퍼슬리는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되는 가운데 진료기록이 의료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환자의 과거 의료정보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범사업과 의료진 공동 검증 연구 제안
퍼슬리는 원격진료 화면에 환자의 종단기록을 한 장으로 요약해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협력 병원 대상 후속 과제로 제안했다. 의료진이 개별 기관 정보뿐 아니라 장기간 치료 이력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의료진 공동 검증 연구도 예정돼 있다. 진료기록을 활용한 답변과 기록 없는 답변을 의료진이 블라인드 평가하는 AI 답변 검증 연구로, 협력 병원과 공동연구자를 모집하고 있다. 오 대표는 “환자가 모은 기록이 진료하는 의료진의 화면까지 닿을 수 있도록 국내외 의료진, 연구자들과 함께 검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료정보 상호운용성 확보 방안도 제시됐다. 병원과 국가 의료정보 시스템 데이터에 환자가 수집한 기록을 이어 붙이는 구상으로, 의료정보 교환 국제 표준인 FHIR를 활용하는 내용이다. 학회 현장에서는 진료와 진료 사이에도 환자가 기록을 이해하고 관리하도록 AI 기반 지속적 건강관리로 확장하는 방안이 의료계·산업계 관계자들과 논의됐다. 오 대표는 “AI는 진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와 진료 사이의 시간을 채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원격진료가 일상이 될수록 진료 화면에는 환자가 살아온 기록이 함께 놓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의료가 거리를 이었다면 다음은 시간을 잇는 일”이라고도 했다. 퍼슬리는 2026 MSD 헬스 이노베이션 써밋에서 현장투표 1위로 ‘베스트 프레젠테이션’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