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크 점수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동작하는 AI를 만들겠다는 것이 마키나락스의 원칙이다. 윤성호(Andre Yoon) 마키나락스 대표는 인터뷰에서 코스닥 상장 이후 회사의 성장 단계를 ‘마키나락스 2.0’으로 정의하고, 기업용 AI 운영체제 ‘런웨이(Runway)’를 앞세워 제조·국방·일본 시장에서 성과를 넓히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마키나락스는 2017년 설립됐다. 런웨이는 고객사 폐쇄망 안에서 AI를 개발·배포·운영하게 해 주는 제품이다. 윤 대표가 말하는 마키나락스 2.0은 성과를 확대하고 사업 확장성을 증명하는 시기다.

기술 완벽성의 기준은 현장 성과
윤 대표는 기술을 보는 틀부터 달리 잡는다. 그는 “연구자 프레임에서는 벤치마크 점수가 높은 기술이 완벽해 보이지만, 비즈니스와 현장의 프레임에서는 아무리 화려한 기술이라도 현장의 문제를 풀어주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적 완벽성이라는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실제로 성과를 만드는 ‘동작하는 기술’과 그렇지 않은 기술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공장과 전장이 다른 환경처럼 보여도 AI에 요구하는 조건은 비슷하다고 짚었다. 그는 “60~70% 수준의 정확도는 의미가 없다. 공장에서는 오탐 하나가 라인 전체를 세우고, 전장에서는 오판 하나가 생명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로봇 예지보전으로 입증
제조 현장의 대표 사례는 현대자동차다. 2018년 현대차 제로원이 마키나락스에 전략적 투자를 했고, 두 회사는 이를 계기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마키나락스는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로봇 고장을 5일 전에 90% 이상 정확도로 예측하며 예지보전 성과를 입증했다.
현장에서 확인 가능한 지표를 먼저 확보한 뒤 이를 근거로 다른 공장과 생산라인으로 기술을 넓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울산·인도 공장과 전기차 생산라인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현재 1400대 이상의 로봇에 관련 기술이 적용돼 있다. 윤 대표는 “현장에서 검증된 솔루션이 있어야 라이선스 확산도 빨라진다”고 말했다.
고객사로는 두산, 삼성, 포스코, 한국앤컴퍼니, 한화, HD현대, LG, SK 등 대기업이 있다. 2025년 런웨이 고객 재계약률은 94%였고, 공급에 걸리는 기간은 1~3개월로 줄었다. 반복 라이선스 매출 구조도 만들었다.
폐쇄망과 데이터 주권
런웨이는 고객사 폐쇄망 안에서 AI를 개발·배포·운영하며, 데이터 소유권과 통제권은 고객이 유지한다. 윤 대표는 “핵심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데이터 주권을 지켜주면서 현장에서 진짜 성과를 내는 AI를 제공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국방은 런웨이를 확장해 대응
국방 분야에서는 AI 플랫폼을 별도로 개발하는 대신 런웨이를 확장했다. 그 결과 국방과학연구소(ADD)의 AI 플랫폼을 구축했고, 한미연합훈련(UFS) 전장망에 마키나락스 AI OS가 시범 도입됐다. 해군 1함대 함정 정비 어시스턴트 실적도 있으며, 지능형 GOP 작전지원체계 사업도 수주했다.
윤 대표는 안두릴과 쉴드 AI를 대규모 국방 사업을 발판으로 창업 10년 안팎에 글로벌 방산 기술기업이 된 미국 사례로 들며, 국내 혁신 AI 기업이 주도하는 대형 사업(Big Deal)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일본은 전용 플랫폼 대신 국내 기술 적용
일본에서도 전용 플랫폼을 따로 만들지 않는다. 국내에서 검증한 기술을 현지 고객 요구에 맞춰 적용하는 전략이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2018년 보고서에서 기존 정보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2025년 이후 연간 최대 12조엔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디지털 전환 수요는 일본 산업계의 과제로 떠올랐다.
마키나락스는 2025년 4월 약 250개 사가 참가한 AI 엑스포 도쿄에서 세미나를 열었고, 이 세미나는 유일하게 조기 마감됐다. 일본 지사를 연 지 1년 만에 주요 고객사 5곳을 확보했으며, 계측·제어 분야 기업 요꼬가와 전기가 고객사다.
상반기 매출 70억원, 팔란티어 수식어엔 선 긋기
2026년 상반기 매출은 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늘었다. 신규 수주는 200억원을 넘어 2025년 연간 수주액 205억원에 근접했고, 전년 동기 약 64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이다.
‘한국의 팔란티어’라는 수식어에 대해 윤 대표는 “감사한 평가지만, 냉정하게 보면 현재 시가총액과 매출 등 재무적 성과 측면에서 팔란티어와 마키나락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습니다. 기업의 진짜 가치는 수식어가 아닌 사업의 본질과 그로부터 창출되는 현장의 성과에서 나옵니다.”라고 답했다. 또 “한국의 팔란티어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라며 독자적 가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윤 대표는 후배 창업가에게 PMF와 사업 본질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선배 창업자, 업계 관계자의 다양한 조언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좋지만 결국 사업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건 창업자 본인의 몫입니다. 모든 상황에서 냉철하고 철저하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마키나락스 2.0의 핵심 과제는 제조·국방 실적을 다른 산업과 해외로 확산하고 지속 매출과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