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얼굴과 목소리를 정교하게 재현하면서 화상회의 속 상대가 실제 사람인지 가려내는 일이 금융권의 새 과제가 됐다. 인간 증명 네트워크 월드(World)는 이에 대응하는 금융기관용 신원 검증 솔루션 ‘금융권을 위한 월드ID(World ID for Banking and Finance)’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금융·핀테크 행사 머니20/20(Money20/20)에서 발표했다. 공동 창업자 알렉스 블라니아(Alex Blania)가 출시를 알렸고, 월드에 따르면 현재 이용할 수 있다.
월드는 샘 올트먼과 알렉스 블라니아, 맥스 노벤스턴이 공동 개발한 네트워크다. 솔루션은 월드ID 앱, 줌용 월드ID, AI 에이전트용 월드ID 세 가지 서비스로 구성된다. 초점은 AI를 악용한 사칭·딥페이크 금융사기 위험에 대응하고, 인증받은 당사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데 있다.
줌 회의에서 세 가지 이미지를 대조해 ‘휴먼 배지’ 표시
줌용 월드ID(World ID for Zoom)는 화상회의 참가자가 사전에 인증된 실제 당사자인지 확인하는 서비스다. 월드의 인간 증명 기술에 줌의 실시간 미디어 스트림(RTMS) 기술을 결합했다. 인간 증명 인증용 전용 기기 오브(Orb)에서 처음 인증할 때 촬영한 서명 이미지, 현재 기기의 얼굴 이미지, 회의 참가자에게 표시되는 실시간 영상 프레임을 서로 대조한다.
세 가지가 일치하면 화상회의 화면에 ‘휴먼 배지(Human Badge)’가 나타난다. 딥페이크를 탐지하는 데 더해 기존에 인증받은 당사자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월드는 이 서비스를 금융기관의 주요 의사결정이나 민감한 회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은 줌을 통한다. 툴스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TFH)가 줌의 독립 소프트웨어 공급사 프로그램인 ISV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밝혔고, 줌 엔터프라이즈 고객은 줌 앱 마켓플레이스에서 줌용 월드ID를 구매할 수 있다. 툴스 포 휴머니티는 월드 네트워크 초기 개발을 주도한 기술 기업으로 월드ID 앱과 월드머니 앱을 운영한다.
브렌던 이텔슨(Brendan Ittelson) 줌 최고생태계책임자는 “신뢰는 사람들이 소통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데 기본이 되며, 이를 지키려면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줌용 월드ID를 제공함으로써 실제 사람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중요한 대화를 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에 증명을 위임하는 구조
AI 에이전트용 월드ID(World ID for Agents)는 이용자가 자신의 증명을 AI 에이전트에 위임해 외부 플랫폼에 제시하게 하는 서비스다. 월드는 AI 에이전트용 관련 개발 도구로 에이전트키트(AgentKit)도 제공한다.
월드ID 앱(World ID app)은 증명을 발급하고 관리하며 제시하는 지갑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솔루션을 이루는 한 축이다.

월드는 금융기관이 고객과 임직원의 신원을 확인하고 AI 에이전트의 권한을 검증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 금융을 산업별 월드ID 솔루션의 첫 적용 대상으로 선정했다. 줌용 월드ID가 실시간 영상과 인증 정보를 잇는 것도 AI로 만든 영상·얼굴을 이용한 사칭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산드로 헤르비히(Sandro Herbig) 툴스 포 휴머니티 사장은 “AI가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사기를 줄이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 개인에게 자신에 관한 증명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권을 위한 월드ID는 기업의 내부·외부 시스템에 AI를 악용한 위협에 대응하는 신뢰 체계를 더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설계 협력사와 활용 방안 모색, 한계도 분명
금융 분야에서 실제로 쓰일 수 있는지 살피려는 목적으로, 월드는 설계 협력사 관계를 맺고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협력사로는 오픈익스체인지(OpenExchange), 베인캐피탈(Bain Capital) 등이 있다. 반에크 펀드, 판테라캐피탈, 아웃테이크도 설계 협력사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는 적용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로, 개별 금융기관의 상용 도입이나 전면 적용을 뜻하지는 않는다.
딜로이트 전망은 보도자료에 인용됐다. 미국의 AI 기반 사기 손실 규모는 2023년 123억 달러로 추정됐고, 2027년에는 400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400억 달러는 전망치로, 실제로 발생했거나 확정된 손실이 아니다.
아제이 파텔(Ajay Patel) 툴스 포 휴머니티 월드ID 총괄 겸 최고매출책임자는 “AI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인간 증명은 필수적인 신뢰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줌의 ISV 익스체인지 프로그램 참여로 기업들이 중요한 업무 과정에 인간 증명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간 증명과 권한 검증이 모든 금융사기나 계정 탈취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어서, 기존 보안체계와 함께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는 이번 발표에 이어 줌토피아(Zoomtopia), 클라우드플레어 커넥트(Cloudflare Connect) 같은 행사에서도 기업 관계자에게 기술을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