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장면·음성·자막·댓글을 함께 분석하는 영상 이해 AI로 소비자 반응을 읽는 버즈앤비(대표 심충보)가 미국 데이터 API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크리에이터 검색·마케팅 플랫폼 ‘블링(vling)’을 운영하며, 2026년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6의 스타트업 배틀필드 200 참가 기업으로 선정됐다.
블링은 2020년 3월 출시된 서비스다. 버즈앤비는 2019년 5월 설립됐고, 심 대표는 게임빌 공동창업자로 CTO를 맡았던 인물이다. 버즈앤비는 영상 이해 AI 기술로 구독자 수나 조회수만으로는 알 수 없는 브랜드 맥락과 소비자 반응의 간극을 좁히고 있다.
장면·음성·자막·댓글을 읽는 영상 이해 AI
버즈앤비의 AI는 영상의 장면, 음성, 자막, 댓글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임베딩과 다차원 태그, 지식 그래프로 저장해 크리에이터 검색, 브랜드 분석, 광고 배치에 쓴다. 임베딩과 다차원 태그에 저장하는 방식은 반복 분석 비용도 낮춘다.
회사의 누적 영상 분석 데이터는 2026년 7월 기준 8억 건 이상이다. 매일 새로 분석하는 영상은 약 50만 건이다.
처리 구조는 비용 통제에 맞춰져 있다. 회사는 매일 약 3,000만 건의 영상 정보를 수집하고 자체 필터링으로 분석 대상을 고른다. 선별된 영상의 99% 이상은 자체 모델이 처리하고, 최신 영상 언어모델(VLM)은 1% 미만에만 적용한다. 자체 필터링은 처리 규모와 비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다.
크리에이터 발굴·브랜드 반응·광고 배치에 활용
이 기술은 세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 첫째는 크리에이터 발굴과 캠페인이다. 마케터가 자연어로 크리에이터 조건을 입력해 후보를 탐색하는 대화형 에이전트 ‘Agent V’도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브랜드와 경쟁사에 대한 소비자 반응 분석, 셋째는 광고 배치다.
회사가 설명한 대표 사례는 2025년 교촌치킨의 ‘교촌 크리에이터픽’ 캠페인이다. 교촌치킨이 ‘찐팬’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캠페인으로, 버즈앤비는 적합한 크리에이터 후보 약 1,000명을 5시간 만에 골라냈다. 협업 제안 메시지의 열람률은 90%, 수락률은 20%였다.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은 100편이고 합산 조회수는 311만 회였다. 조회당 비용(CPV)은 7원으로, 회사는 해당 카테고리 일반 광고의 CPV를 약 100원이라고 설명한다.
광고 배치 영역에서 회사가 공개한 캠페인 사례에서는 평균 조회율이 41%에서 59%로 올랐다. 같은 조회수를 얻는 비용은 기존 키워드 광고보다 30% 이상 줄었다. 다만 이 감소율의 조건과 기간은 사례별로 확인이 필요하다.
입소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창업
창업의 출발점은 시장조사였다. 지인 추천이 구매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난 조사를 보고, 심 대표는 광고 기술보다 입소문과 크리에이터에 주목했다. 심 대표는 광고 메시지보다 사람 사이의 신뢰와 입소문이 구매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당시 광고주는 MCN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크리에이터를 직접 탐색하기 어려웠다. 버즈앤비는 이를 데이터 검색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블링 출시 이후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2020년 11월까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BGF리테일, 아이허브, 맥캔월드그룹 등 20여 곳이 블링을 쓰기 시작했다. 2022년 6월에는 L&S벤처캐피탈이 주도한 시리즈A에서 25억 원을 유치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산업은행, 한국벤처투자도 참여했다.
블링의 구독 요금은 연간 결제 기준 월 4만9,900원부터다. 최근 3년간 블링 유료 서비스를 이용한 국내 기업은 누적 2,000개 이상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고객 대기업에는 삼성, LG, CJ ENM, 올리브영 등이 있다.
미국 현지 법인과 데이터 API 사업
미국 진출을 위해 버즈앤비는 델라웨어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미국 현지에서는 크리에이터 100만 명 이상, 영상 2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마케팅 SaaS와 함께 데이터 AP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10월 초에는 실리콘밸리 분석 기업과 첫 데이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협업 검토를 위해 NDA를 체결한 미국 기업은 네 곳이다.
버즈앤비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6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배틀필드 200 참가사로 선정됐다. 회사는 이 행사를 미국 브랜드, 광고대행사, 기술 파트너를 만나는 계기로 삼고, 행사에서 30일 무료 시범 사용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미국 진출에 대한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한국에서 영상 이해 AI 기술과 사업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기업이 영상 속에 담긴 소비자의 목소리와 시장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경영진과 장기 방향
기술 조직은 버즈앤비 CTO 이윤호가 이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했고 SK C&C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했다.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은혜는 레뷰코퍼레이션 플랫폼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심 대표는 게임빌 공동창업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두 번째 창업 회사인 스웨이모바일을 세운 이력이 있다.
회사는 2027년 인스타그램·틱톡 등 소셜 영상 전반으로 분석 범위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디어·플랫폼 기업의 영상 자산을 검색·분석하는 쪽으로 확장해 AI 인프라로 발전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창업 초기 문제의식이 미국 시장에서도 새 사업 기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