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판단이 데이터가 아니라 담당자의 경험과 감에 기대어 내려지는 문제를 AI로 풀겠다는 곳이 있다. 계약 AI 리걸테크 기업 BHSN(비에이치에스엔)은 계약 작성·검토·전자서명·이행관리를 하나로 묶은 서비스 앨리비(allibee)를 운영하며, 해외와 법률 인접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임정근 대표가 직접 설명한 기술 구조와 확장 계획을 정리한다.
앨리비는 BHSN의 소상공인·중소기업용 계약 AI SaaS다. 계약 작성·검토·전자서명·이행 알림을 한 플랫폼에서 처리하며, 법무팀이 없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4개 언어의 계약서 작성·검토를 지원하고, 100장 분량의 계약서도 1분 안에 검토할 수 있다고 BHSN은 밝혔다.
BHSN에 따르면 도입 기업의 계약서 검토 시간은 평균 67% 줄었고, 검토 비용은 약 64% 감소했다. BHSN은 2020년 4월 설립됐다. 임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법무법인 율촌 등 대형 로펌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멀티 LLM과 RAG, 법률 문서 구조화가 기반
BHSN 서비스의 공통 기술 기반은 멀티 LLM 구조다. 자체 법률 LLM에 상용 LLM을 결합하는 방식이며, 상용 모델은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이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 RAG를 적용해 환각 가능성을 낮췄다.
법률 문서 구조화 기술도 핵심이다. 자체 리걸 AI와 OCR을 결합한 특허 기술이다. 임 대표는 “데이터를 미리 분류하고 구조화해 둬야 AI가 제대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앨리비의 계약·법률 질의응답 기능은 앨리비 에이전트다. 법률 전문가의 업무를 지원하는 별도 서비스로는 앨리비 에이전트 for Legal이 있다. 이행 관리 기능은 6월 출시됐고, 체결본에서 20여 가지 핵심 항목을 추출한다.
임 대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AI 활용 환경이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대기업은 이미 전문가가 있어 알아서 잘합니다. 중소중견기업은 전문가가 없고, 단순히 AI에 물어보는 정도로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용은 하이브리드 보안 구조
중견·대기업용 서비스는 앨리비 엔터프라이즈다. 계약관리와 통합법무관리를 맡는다. 민감 정보는 폐쇄 환경에서 처리하고, 일반 작업은 범용 모델을 쓰는 하이브리드 보안 구조다.
임 대표는 AI 사용에 따르는 정보 노출 우려를 이렇게 설명했다. “AI는 말로 내 생각을 표현하고 우리 업무를 보여주는 것이라, AI가 우리가 무엇을 묻고 무엇을 하는지 다 알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예전에는 대기업들이 아예 쓰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엔터프라이즈 버전은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Attorney-Client Privilege) 영역을 반영했고, 관리자도 열람할 수 없다. 올해 1월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ACP가 국내에서도 명문화됐다. 임 대표는 “AI 시대일수록 비밀유지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최근 한 기업이 대규모 성과급 지급 여부를 생성형 AI와 상의한 내용이 법원에 제출돼 논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BHSN은 율촌과 협력해 폐쇄형 환경의 AI·RAG 시스템 아이율도 구축했다. 보안 인증으로는 ISO/IEC 27001·27017을 취득했고, 클라우드 보안인증 CSAP의 SaaS 간편등급도 받았다.
해외로 넓히는 계약 AI
BHSN이 해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국가 간 정보 비대칭이 해외 사업의 의사결정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법인을 세울 때 이사회에 현지인을 넣어야 하는지는 답만 알면 바로 정할 수 있는 문제지만, 현지 변호사의 답을 받는 데 2주 넘게 걸리면 그동안 의사결정이 멈출 수 있다. 해외에도 대기업용 계약 AI는 많지만 중소기업이 쉽게 쓸 수 있는 서비스는 드물다는 판단에서 해외로 사업을 넓히고 있고, 법률 인접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3월에는 일본 리걸테크 기업 리걸스케이프(Legalscape)와 리걸 AI를 서로 제공하는 제휴를 맺었다. 일본 리걸 AI 기업 부스트드래프트(BoostDraft)와도 손잡았다. 미국·EU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앨리비 글로벌 버전도 선보인다.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로는 법률 데이터 연계를 넓힐 예정이다.
법률 인접 분야 확장도 예정돼 있다. 대상은 관세·세무·부동산·IP다. 임 대표는 “반도체 보조금은 미국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에서 나왔고, 최근 논란이 된 관세 역시 미국 법의 문제다. 세무와 부동산, IP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등기부만 해도 법률 문서이고, 이들 영역은 모두 계약으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BHSN은 앞으로 앨리비의 법률 데이터 연계 국가를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로 넓히고, 관세·세무·부동산·IP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