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AI, 저전력 AI반도체, AI 신약개발 에이전트까지 서로 다른 분야의 AI 스타트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던진 질문은 하나였다. 기술이 좋다는 것과 그 기술이 팔린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 2026년 9월 14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열린 ‘2026 라플라스×ETRI 딥테크 투자포럼’에서 나노솔루션, 메이아이, 호그린에어, 세뮤나이트, 애슬리테크, 히츠 등 딥테크 스타트업 6곳이 투자자 앞에서 기술 사업화와 시장 진입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포럼은 라플라스파트너스가 주최하고 ETRI가 후원했으며, 더웨이브캐피탈·한화투자증권·캡스톤파트너스·케이그라운드·서울투자파트너스 등 투자사가 참관했다. 강현서 ETRI 본부장은 “에트리가 포럼 참여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기술이전 이후에도 사업화까지 지속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CCTV를 기록 장비에서 데이터 수단으로, 메이아이

비전AI 기업 메이아이의 김찬규 대표는 CCTV 영상 데이터를 사후 확인용 기록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시간 데이터 수단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CCTV를 사건 발생 이후 영상을 확인하는 기록 장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고객 행동을 읽어내는 데이터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 메이아이가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사업화 방향이다.
가전 시장이 원하는 건 성능이 아니라 반복 판매, 세뮤나이트
AI반도체 기업 세뮤나이트의 김상엽 대표는 데이터센터와는 다른 엣지 환경에서의 AI 반도체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데이터센터와 달리 엣지단에서는 AI 모델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세뮤나이트의 목표는 “반복 판매 가능한 AI SoC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반도체를 단순히 성능만 좋게 만드는 것으로는 가전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성능 경쟁이 아니라 시장이 반복해서 구매할 수 있는 형태로 기술을 맞추는 것이 세뮤나이트가 강조한 사업화 논리였다.
신약개발에서 시작해 화학·생물학 전반으로, 히츠

AI 신약개발 기업 히츠의 이용훈 본부장은 단백질 구조 분석 기술의 적용 범위가 신약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그는 “출발은 신약개발이 맞지만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원하는 물성을 찾는 기술은 치료제뿐 아니라 식품의 맛과 감미료, 비료·사료, 농약, 기능성 화장품 등 다양한 연구개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회사들이 화학과 생물학 도메인에서 우리 제품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히츠는 18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투자 이후 기업가치는 783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날 발표에는 AI 기업 외에도 소재, 에너지, 스포츠 분야의 딥테크 기업들이 함께했다. 탄소나노튜브 응용소재 기업 나노솔루션은 지난 7월 코넥스에 상장했고 2028년 하반기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수소드론 기업 호그린에어는 시리즈A 50억원 규모 투자유치를 추진 중이며, 지난해 포럼 참여 이후 실제 투자로 연결된 사례로 소개됐다. 스포츠AI 기업 애슬리테크의 최상협 대표는 “선수들은 갑자기 아픈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누적된 통증이 있다”며 “결정은 감독과 지도자가 하겠지만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줘야 훈련이나 경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판단의 주체는 사람”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인수 라플라스파트너스 대표는 “IR은 시작일 뿐, 진짜 성과는 그 이후의 연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초기 사업화 단계부터 상장 준비 단계까지 서로 다른 성장 단계에 있는 6개사가 이날 공통으로 마주한 과제는 기술을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라플라스파트너스와 ETRI는 포럼 이후에도 참여 기업에 대한 투자 검토와 사업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