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률이 1년 만에 10%포인트 뛰어 58%에 달했지만, 정작 공식 AI 전략을 갖춘 기업은 2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개별 실험 단계를 지나 전사적 확장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기업들이 준비 격차를 안고 있다는 진단이다. AWS(아마존웹서비스)와 리서치 기관 스트랜드 파트너스는 2026년 9월 국내 기업 리더 1,000명과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AI 잠재력 실현 2026’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영국 시장조사협회 및 유럽마케팅여론조사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됐다.

도입은 확산, 성과도 뚜렷
지난 1년간 AI를 새로 도입한 기업은 약 62만4,000개에 달한다. AI를 활용 중인 기업의 81%는 생산성 향상을 체감했다고 답했고, 이들이 AI로 절약한 시간은 주당 평균 14시간이었다. 매출 증가를 경험한 기업도 10곳 중 6곳꼴이었으며, 향후 12개월 내 AI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84%에 이른다. 기초 단계에 머무는 기업 비율은 70%에서 54%로 줄어든 반면, 고도화 단계에 진입한 기업 비율은 11%에서 26%로 늘었다. 업종·규모별 격차도 뚜렷했다. 고도화 단계 진입 비율은 ICT 업종 41%, 제조업과 스타트업이 각각 35%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25%, 대기업은 9%에 머물렀다.
전략과 인재, 인프라가 관건
AI를 최상위 또는 주요 전략 과제로 꼽은 조직은 67%에 달했지만, 공식 AI 전략을 보유한 기업은 27%에 불과했다. AI 투자수익률을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응답은 47%였고, 성공 판단 기준을 일관되게 갖춘 기업도 24%에 그쳤다. 기업들은 확장의 핵심 조건으로 숙련 AI 인재 확보(48%),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44%), 신뢰할 수 있는 클라우드·디지털 인프라(39%)를 꼽았다. 향후 3년간 AI 역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78%, 지속적인 교육·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6%였던 반면, 자사 인력의 디지털 역량이 우수하다고 평가한 기업은 22%에 그쳤다. AI·디지털 역량 부족(46%)과 기술·데이터 장벽(38%)도 도입 확대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피지컬 AI와 규제 대응은 초기 단계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꼽히는 피지컬 AI의 경우 전면 도입 기업은 6%, 시범 적용 기업은 22%에 그쳤다. 다만 도입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39%로, 준비는 부족해도 관심은 높은 편이다. 차세대 AI 도입 준비가 충분하다고 답한 기업은 24%였는데, 스타트업만 놓고 보면 43%로 크게 높았다. 인프라·제도 측면에서는 안정적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74%, 공공-민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8%였다. AI 기본법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은 64%였지만, 규제 준수 준비를 마쳤다는 응답은 22%에 머물렀다. 국내외 AI 도구를 병행 사용하는 기업은 46%였고, 업체 선택·전환 능력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84%, 해외 진출 시 글로벌 기술기업 접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2%였다.
함기호 AWS 코리아 대표는 “한국 기업은 이미 AI를 통해 생산성과 성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제 관건은 AI를 도입할지 여부보다 비즈니스 전반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있다. 데이터와 역량, 거버넌스, 기술 기반을 갖춘 조직이 성공 사례를 지속적인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 기업의 AI 도입 자체는 이미 빠르게 확산됐지만, 이를 전사적 가치로 전환할 전략·인재·인프라·규제 대응 체계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입률 확대가 다음 단계인 확장으로 이어지려면 데이터 거버넌스와 인재 확보,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