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을 출발한 KTX 안에서부터 노트북을 꺼내 코드를 짜는 학생들이 있었다. 연세대학교가 2026년 9월 9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AI 창업캠프 ‘999 : Trainthon’ 참가자들은 강릉으로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AI 코딩 도구 Cursor를 켜고 아이디어 구현을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개발이 진행되는 이 장면은, AI 코딩 도구가 창업 초기 단계의 시간 개념 자체를 바꿔놓았음을 보여준다.

1박 2일, AI가 압축한 개발 시간
참가자들은 강릉 캠프 현장에서 멘토링과 집중 개발을 이어가며 1박 2일 만에 실제 작동하는 MVP를 완성해 최종 피칭과 심사를 거쳤다. 이지상 참가자는 AI 기반 보안 코드 리뷰 서비스 ‘Vouch’를, 정승현 참가자는 Personal CRM 서비스 ‘MyHR’을 만들었다. 이재성 참가자는 게임 플레이 영상을 분석하는 ‘PlayProof’를, 손형권 참가자는 뺑소니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는 ‘LUMINA’를 개발했다. 김해인 참가자는 연구자와 실험참여자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코드 검증부터 영상 분석까지, 참가팀 대부분이 AI를 서비스의 핵심 엔진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무엇을 만들지”보다 “누가 돈을 낼지”
심사에 참여한 장원준 벤처스퀘어 심사역은 참가팀들의 실행력에 주목했다. 그는 “AI 개발 도구를 활용해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실제 작동하는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실행력이 인상적이었다”며 “이제는 만드는 것 자체보다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누가 비용을 지불하고 첫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개발력이 높은 팀에 시장 검증과 BM 설계, GTM 전략, 초기 고객을 연결하는 사업화 지원이 더해진다면 실제 창업과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참가팀들은 기술 구현 속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시장 검증과 비즈니스 모델 설계 수준에서는 편차가 뚜렷했다.

딜소싱 채널이 된 해커톤
AI 코딩 도구가 아이디어에서 MVP까지 걸리는 시간을 1박 2일 수준으로 압축하면서, 개발보다 앞서 답해야 했던 질문이 뒤로 밀리는 대신 오히려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 누가 돈을 내고, 첫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개발 착수 시점부터 함께 요구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해커톤은 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에게 새로운 딜소싱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초기 창업자에게 1억~2억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는 흐름과 맞물려, 자금 지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빌더의 실행력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지원, 즉 ICP(이상적 고객군) 정의와 BM 설계, GTM(시장 진입) 전략까지 더해질 때 이런 캠프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999 : Trainthon’이 보여준 장면은 결국 AI가 창업의 시작점을 바꿔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드는 속도는 더 이상 병목이 아니며, 그 속도를 시장과 어떻게 연결할지가 다음 과제로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