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칩을 삽입할 수 없는 파충류나 특수동물은 지금까지 '누가 키우던 개체인지'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펫웰비는 파충류 등 무늬를 사람의 지문처럼 활용해 AI로 개체를 식별하는 기술 'Reptile-DID'를 개발해 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김현일 펫웰비 대표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특수동물 AI 헬스케어 플랫폼 'Familia'를 운영하며 거래·진료·양도양수·폐사 기록을 같은 개체에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과 중국 등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무늬를 지문처럼 읽는 AI
Reptile-DID의 초기 정답률은 4~8%에 불과했다. 개체를 정확히 구분해줄 '정답 데이터'를 만드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김 대표는 “정답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진 100장을 섞어 20개체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5명도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전문 브리더도 80% 성공률이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펫웰비는 이 데이터를 축적하며 정답률을 98.6%까지 끌어올렸다. 1대1 검증 정확도는 92%, 식별 성능을 나타내는 AUC는 0.98에 달한다. 김 대표는 이 데이터가 “특수동물 특성상 인터넷에 쌓일 수 없고, 볼 수 있는 수의사도 극소수이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은 신고하라는데 기술은 없었다
2025년 12월 개정된 야생생물법은 특수동물의 보관·양도·양수·폐사 신고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개체 식별 기술이 없어 신고 자체가 유명무실했다. 김 대표는 “법은 기록하라고 하는데, 기록할 기술이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6년 1월 서울 강남구 지하철역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 뱀이 발견됐고, 같은 해 6월 부산 부경대 인근에서는 크레스트 게코 150여 마리가 한꺼번에 유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 대표는 서울시수의사회에 9년간 재직한 경험을 떠올리며 “협회에 9년 있으면서 특수동물 관련 분쟁이나 소송 자체가 거의 0%였습니다. 내가 산 그 개체가 그 개체라는 걸 아무도 증명할 수 없었고, 다툴 수도 없었습니다. 볼 수 있는 병원이 없고, 처방이 없으니 기록이 없고, 기록이 없으니 데이터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AI 헬스케어 플랫폼 Familia와 병원 네트워크
펫웰비는 개체 식별 기술을 AI 건강진단 모델과 결합해 Familia 플랫폼을 운영한다. AI 건강진단 모델의 AUROC는 0.989에 달한다. 전국 동물병원은 5,500개에 이르지만 특수동물 진료가 가능한 곳은 50곳 미만, 수술까지 가능한 병원은 30곳 수준에 불과해 임상데이터 확보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 펫웰비 CTO는 수의학 박사이자 반포베이스동물병원 대표원장인 권재연이 맡고 있으며, SBS TV동물농장 자문수의사이자 유튜브 구독자 480만 명을 보유한 최영민이 고문이사로 참여한다.
서울시수의사회 자본 100%로 설립된 법인 서수팜은 4년 사이 매출이 50억에서 150억으로 성장했고, 펫웰비의 B2B 약국 거점은 300곳을 넘어섰다. 김 대표는 축적된 멤버십 데이터를 “보험사에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거나 보험 상품 개발을 함께 하는 방향으로 연결할 계획”이라며 “한 마리에 몇천만 원짜리 개체를 키우는 보호자들의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로 여는 해외시장
2026년 7월 홍콩 ZEBULUN INTERNATIONAL GROUP은 Familia 앱과 의료데이터 사용권을 3만 달러에 선결제로 구매했다. 김 대표는 “중국은 불신의 문화라 가짜가 많아 이 기술을 눈여겨봤다”고 전했다. 중국 특수동물 시장은 연평균 35%씩 성장하고 있으며, 펫웰비는 548개 병원을 운영하는 중국 2위 동물병원 체인 RuiPai와 MOU를 체결했다. RuiPai는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며, 펫웰비는 2026년 11월 선전에 합작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펫웰비는 2030년 KOSDAQ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일본·미국·유럽 등으로 사업을 넓혀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전 세계 특수동물 시장에는 개체를 제대로 식별하고 기록할 수 없다는 공통된 문제가 있습니다. 아픈 개체가 버려지지 않고 유기가 익명으로 남지 않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특수동물도 누가 키우고, 어떻게 거래되고,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기록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AI 기반 개체 식별 기술이 특수동물 거래와 진료의 신뢰 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