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판단이 실제 로봇과 설비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기술이 중소 제조현장에 들어간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9월 7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KAIST 피지컬 AI 실증랩을 방문해 중소 제조기업의 피지컬 AI 도입을 위한 협업 방안을 발표하고 간담회를 열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1차관이 현장을 직접 둘러봤으며, 레인보우로보틱스·페르소나AI·페블러스·임픽스 등 기술 공급기업과 백제식품·뉴하이텍 등 제조 수요기업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비전 AI와 로봇 판단력, 왜 제조업에 최적화됐나
피지컬 AI는 비전 AI를 포함한 AI의 인식·판단 능력을 현실의 로봇과 설비 움직임으로 확장하는 기술이다. 제조업은 공정이 반복적이고 물리적 작업 비중이 높아 이 기술이 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중소 제조기업은 전문인력과 데이터가 부족하고, 어떤 공정에 이 기술을 적용해야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우며, 실증 기회 자체가 제한돼 있어 자체적으로 피지컬 AI를 도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협업은 이런 격차를 메우기 위해 기술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을 직접 연결하고 실증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기술개발·실증 지원 서비스 '모두의 AI 공장장'과 중기부의 '스마트제조혁신' 정책을 잇는 방식이다. 기술개발과 실증, 현장적용과 확산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부처 간 협업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물류부터 생산 전 공정까지, 3단계로 확대
구체적인 도입은 3단계 로드맵으로 짜였다. 2026년에는 개별 물류 구간을 대상으로 AMR·AGV 도입 컨설팅을 지원하고, 2027년에는 이를 전체 물류 구간으로 확대한다. 2028년에는 물류와 생산 전 공정을 통합운영관리하는 컨설팅과 운영시스템까지 제공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단계별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며 중소 제조현장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술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을 연결하는 협력체인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안에 중소 제조기업 특화 태스크포스(TF)도 신설된다. 향후에는 제조 AI 통합지원 플랫폼인 '제조AI 24'가 구축돼 이 같은 연결 작업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적용 분야도 제조업에 머물지 않고 신안보, 제약바이오, 기후테크, K-소비재 등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중기부와 과기정통부는 이번 협업의 성과를 기술 개수 자체가 아니라 반복 사용이 가능한 표준화된 모델을 만들어냈는지로 판단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지보다, 다른 중소 제조현장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검증된 모델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핵심 지표가 되는 셈이다. 두 부처의 협업이 실제 현장에서 반복 가능한 성과로 이어질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