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되며 반도체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는 얼마나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질문 하나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과 전력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이 흐름 속에서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이 포브스 아시아의 ‘100 To Watch 2026’ 산업·제조 분야 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이 명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론 특화 LPU, GPU·HBM 대신 다른 길을 택하다
하이퍼엑셀이 개발하는 LPU(LLM Processing Unit)는 대규모 언어모델의 추론 단계에 특화된 반도체다. 고가의 HBM 대신 LPDDR5X 메모리를 활용하고 자체 데이터 처리 구조를 결합해 GPU·HBM 조합 대비 비용과 전력 효율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AI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학습보다 추론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전력 소모가 서비스 운영의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LPU는 이 지점을 겨냥해 만들어진 칩이다.
김주영 하이퍼엑셀 대표는 “이번 선정은 하이퍼엑셀이 집중해 온 AI 추론 특화 반도체 기술과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추론 단계의 성능과 비용, 전력 효율이 중요해지는 만큼 LPU를 통해 효율적인 AI 인프라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부터 온디바이스까지, PoC로 검증 중
하이퍼엑셀은 현재 네이버클라우드와는 데이터센터 적용을 위한 PoC를, LG전자와는 AI 기기 탑재를 위한 PoC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급 AI 인프라부터 온디바이스 AI 기기까지 LPU의 적용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이와 함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26년 ‘100 To Watch’ 명단은 올해로 6회째를 맞았으며, 16개 국가·지역의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19개 기업으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 15개, 중국 10개, 한국과 일본이 각각 9개 기업으로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는 로보틱스 기업이 10개로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 AI 추론 반도체를 앞세운 하이퍼엑셀의 이름이 산업·제조 분야에 포함되면서, 국내 AI 반도체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