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의 전표 입력, 원가 분석, 월말 결산 같은 반복 사무 업무를 AI가 대신 처리한다. 국내 AI 스타트업 트리니오(Trinio)는 이런 업무를 자동화하는 솔루션 ‘D.A.N.A Work’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트리니오는 강태욱(Tony Kang) 대표와 이창민(Chris Lee) 사업총괄이 공동창업했다.
트리니오가 주목한 건 중소 제조업의 인력난과 데이터 미활용 문제다. 한국경제인협회(FKI)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 비율은 51.4%, 제조업은 60.8%에 달한다. 회사는 기존 ERP·MES 시스템을 교체하는 대신 AI를 연동해 사용자의 업무 맥락을 더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1개월 자동화, 데이터 노출 0의 설계
ERP 도입에는 통상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조차 외부 전문 인력을 고용해 약 1년에 걸쳐 AI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강태욱 대표는 “자금 여력이 충분한 기업은 개발자와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 인력을 높은 비용으로 고용해 약 1년 동안 AI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트리니오의 솔루션은 중소제조기업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1개월 안에 10건의 사무 업무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예산 편성 작업은 3주 이상 걸리던 것이 3시간으로 줄었고, 전표 입력과 보고서 작성에 하루 2시간이 걸리던 작업은 3분 이내로 단축됐다.
D.A.N.A Work는 ISA-95 스키마 기반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자체 개발한 ML 모델로 데이터를 매핑한다. 가드레일과 권한 관리 레이어를 통해 접근을 제한하는 구조다. 이창민 사업총괄은 “대부분의 AI 회사는 모든 데이터를 받은 뒤 나중에 보안을 적용하지만, 트리니오는 데이터 노출 0에서 시작합니다. 스키마 정보만 LLM에 전달하고 실제 데이터는 국내에 머무르는 구조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로봇의 두뇌를 만드는 사무 자동화
트리니오는 이 사무 자동화가 단기적 편의를 넘어 장기적인 데이터 축적 전략이라고 본다. 강태욱 대표는 “로봇과 피지컬 AI가 발전해도 그 로봇에게 무엇을, 언제, 얼마나 만들지 알려주는 운영 레이어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사무 업무 자동화로 진입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장의 운영 맥락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쌓입니다. 로봇이 손이라면, 저희는 그 손을 움직이는 두뇌를 만드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800개 제품 주문이 들어오면 이 운영 맥락 데이터가 향후 로봇과 피지컬 AI의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트리니오는 올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 초기창업패키지에 선정됐고, 6월에는 네이버클라우드에 등록됐다. 다만 강태욱 대표는 “정부 지원금이 있어야 도입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지원금이 없어도 고객사가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베트남으로 확장하는 공급망
트리니오는 한국과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제조 공급망을 겨냥해 시장을 넓히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베트남 최저임금이 7.2% 인상되면서 현지 공장의 인건비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강태욱 대표는 지난 4월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현지 행사에 참여하며 시장 접점을 넓혔다.

지난 7월 1일 부산에서 열린 ‘2026 AI 자율제조혁신 콘퍼런스 인 부산’에서는 이창민 사업총괄이 트리니오 전시 부스에서 관람객들에게 자사 솔루션을 직접 설명했다. 정부 지원 사업 선정보다 실제 유료 고객 확보를 핵심 지표로 삼겠다는 회사의 방향은, 결국 AI가 공장의 운영 맥락을 얼마나 쌓아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