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유 글로벌 커머스팀에서는 직원이 출근하면 광고비와 매출 등 주요 지표가 메신저로 도착하면서 일하는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숏폼 커머스 기업 윗유의 AX(AI Transformation) 조직이 AXBP 직무를 앞세워 글로벌 커머스팀 현업에 들어가 업무를 자동화하고, 직원별 AI 동료 ‘AI 트윈’을 준비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실험은 현업 옆에서 병목을 찾아 AI로 해결책을 만들고 정착시키는 방식이다.
윗유는 숏폼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커머스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다. 회사가 밝힌 누적 매출은 2,200억원이고,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초에는 생성형 AI로 이미지와 자료 화면을 만들던 AI 솔루션팀을 AX 조직으로 재편했다.
AI 솔루션팀에서 AX 조직으로
윗유가 별도의 AX 조직을 만든 것은 운영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의 경험과 수작업에 의존하는 업무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는 숏폼 시장에서 기존 업무 방식으로는 성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지금 AX 조직에서는 AX팀원 3명(이재현 AX팀 리드·이은서 AXBP·정윤중 AI 엔지니어)과 조승빈 비즈옵스(BizOps) 리드가 함께 일한다. 이재현 리드는 국내 크리에이터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와 솔루션을 설계하고, 정윤중 AI 엔지니어는 현업이 바로 시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한다. 이은서 AXBP는 글로벌 커머스팀에서 업무 개선 과제를 찾는다. 벤처캐피털 분야에서 일했던 조승빈 리드는 부서별로 흩어진 정보를 조직 자산으로 정리한다.

이재현 리드는 AI를 처음 만지기 시작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엔 숏폼이라는 분야의 문제를 풀어보려고 AI를 만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이것도 필요하겠다, 저것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AI가 바꿀 수 있는 건 콘텐츠뿐 아니라 정보를 손으로 옮겨 적고 흩어진 자료를 찾아다니던 우리의 일하는 방식 자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AXBP, 현업 옆에서 병목을 찾는다
AXBP(AX Business Partner)는 AX 조직 소속 직무로, 사업부에 밀착해 조직 문제를 해결하는 인사 담당자 직무인 HRBP(HR Business Partner)에서 착안했다. 글로벌 커머스팀 등 현업에 들어가 업무 문제를 찾고 AI로 해결한다. 업무를 옆에서 관찰하는 것은 요청서와 개발 전달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업무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은서 AXBP는 이 직무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AXBP는 ‘AI로 뭘 만들까’가 아니라 ‘이 부서가 목표를 이루는 데 무엇이 병목인가’에서 출발해요. 보통은 현업이 요청하면 기획자가 정리하고 개발 조직에 넘기는데, 그 사이에서 맥락이 사라질 수 있거든요. 저는 옆에서 관찰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만들고 정착시키는 과정까지 함께합니다.”
접근 방식은 ‘제로 UI(Zero UI)’다. 기존 스프레드시트와 메신저를 그대로 쓰게 하고, 뒤에서 자동화를 돌리는 방식이다. 작은 프로토타입을 먼저 현업에 적용하고, 사용하면서 발견한 문제를 다음 버전에 반영하는 과정도 계속되고 있다.

광고주 리포트 자동화: 매일 아침 메신저로
대표 사례는 글로벌 커머스팀의 광고주 리포트 자동화다. 광고비, 매출, KPI, 가격, 재고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 매일 아침 메신저로 전달하고, 주간 리포트는 광고주 포털에 발행한다. 현재 11개 브랜드의 주요 지표가 같은 기준으로 정리된다.
자동화 이전에는 글로벌 커머스팀 직원 한 명이 브랜드별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하루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렸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자동화로 개인별 월 30~40시간을 줄였고, 관련 팀 전체로는 연간 약 1,500시간을 절감했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협업 플랫폼에 등록하는 업무에서도 자동화가 시도됐다. 이은서 AXBP가 일부 크리에이터와 계정에 한정해 시험 운영하고 담당자가 결과를 직접 비교하게 하자, 반복 입력에 따른 누락이 줄고 처리 속도도 빨라져 현업에서 적용 범위를 넓히자는 제안이 나왔다.
판단 기준을 AI에 옮기는 ‘번역’
이은서 AXBP가 끝까지 직접 하고 싶다고 꼽은 일은 번역이다.
“제가 끝까지 직접 하고 싶은 일은 번역입니다. 현업 담당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판단 기준을 꺼내는 일이죠. ‘어떤 숫자가 이상한 숫자인가’, ‘어느 선을 넘으면 사람이 직접 봐야 하는가’ 같은 기준은 수년간의 경험 속에 감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윗유는 담당자가 판단 기준을 설명하고 결과를 직접 수정하게 하며, 수정 이력을 개선 자료로 활용한다. 현업의 경험을 기술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산 관련 업무에서는 담당자 체감 기준으로 작업시간이 약 70% 줄었다.
AI와 사람의 업무는 구분한다. 자금 집행, 외부 커뮤니케이션, 광고주 산출물은 사람이 최종 승인한다. 크리에이터 협상과 관계 형성은 시간 절감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차민승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도입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는 AI가 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로 인해 확보된 시간과 높아진 생산성을 직원들이 더 고민하고 탐구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저희 조직에 적절한 도입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업의 요청이 제안으로
이재현 리드는 현업의 태도 변화를 전했다.
“처음에는 ‘이것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요청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이 업무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이 나오고 있어요. 더 나아가 ‘제가 먼저 만들어봤는데 같이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직원별 AI 동료 ‘AI 트윈’ 준비
윗유는 직원마다 업무와 판단 기준을 이해하는 AI 동료인 ‘AI 트윈(AI Twin)’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자동화 도구와 데이터를 하나씩 연결하며 판단 기준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업무와 판단을 AI에 연결하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접근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결과를 사람이 검증할지도 중요해진다. 윗유가 최근 옮긴 서울 청담동 신사옥에 사내 서버와 네트워크를 갖추고 VPN과 접근권한 관리 체계를 마련한 것도 이 고민과 맞닿아 있다.
AX팀의 궁극적 목표는 각 사업부가 스스로 비효율을 찾아 AI로 개선하게 되어 AX팀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