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상 분석과 실시간 내비게이션, 촉각 피드백 기술이 수술 로봇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이동형·모듈형 플랫폼도 확산되는 가운데, 시장조사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이 2026년 90억5000만 달러에서 2031년 13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성장이 의료 현장의 도입 여건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병원이 새 장비를 들일 때는 장비 구입·유지보수 비용, 숙련 의료인력 확보, 수술 건수에 따른 수익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AI와 촉각 피드백, 수술 로봇의 새 기준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와 AI를 수술 로봇에 결합하고 있다.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수술 로봇 ‘다빈치 5’는 힘 피드백 기술을 도입했다. 메드트로닉(Medtronic)의 ‘스텔스 엑시스(Stealth AXiS)’는 AI 수술 계획과 내비게이션, 로봇 보조를 통합한 플랫폼이다.
존슨앤드존슨 메드테크(J&J MedTech)의 ‘오타바(OTTAVA)’는 로봇 팔을 수술대에 통합해 설계한 연부조직 수술 시스템이다. 씨엠알써지컬(CMR Surgical)의 수술용 로봇 시스템 ‘버시우스’도 수술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을 비롯한 기존 기업들이 AI·촉각 기술과 디지털 서비스를 더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사이, 중국의 마이크로포트(MicroPort)와 티나비(TINAVI) 같은 아시아 기업들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2031년까지 연평균 8.96% 성장 전망
모도르 인텔리전스가 내놓은 2026~2031년 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8.96%다. 분야별로는 2031년까지 신경외과 분야가 연평균 9.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동형·카트형 플랫폼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은 2031년까지 9.73%다. 외래수술센터(ASC) 부문의 수술 로봇 수요는 같은 기간 연평균 9.8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병원이 여러 진료과가 함께 쓰거나 옮겨 쓸 수 있는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장비 활용도를 높이고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국내 병원의 변수는 비용·인력·수가
국내 의료기관의 도입과 운영에서는 고가 장비와 유지보수 비용, 인력 확보, 건강보험 수가와 비급여 구조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임상 경험이 쌓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2007년 로봇수술을 도입한 지 약 18년 만에 누적 4만례를 기록했고, 로봇 1대당 연간 수술 건수는 600건 이상이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은 2026년 8월 누적 로봇수술 5,000례를 기록했다.
로봇수술이 늘어나면서 수술팀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기술에도 관심이 쏠린다.

피지컬 AI 수술 보조 로봇 ORchestra
삼성서울병원이 총괄하는 ‘ORchestra(오케스트라)’는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수술 보조 로봇이다. 다빈치와 달리 집도 장비가 아니다. 수술팀의 반복 보조 업무 부담이라는 문제에서 출발해 개발이 시작됐다.
ORchestra가 속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이딘로보틱스, 성균관대, 서울대 등이 참여한다. 개발 중인 수술 보조 기능은 도구 전달, 내시경 시야 조절, 조직 견인이다. 음성 명령 예시로는 “클립 주세요”가 있다.

임상 적용에 앞서 안전성, 정밀한 힘 조절, 오작동 시 책임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 이 검증이 선행되어야 임상에 적용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다음 승부처
외산 장비를 대신할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오래 지키기 어렵다. K-수술 로봇의 다음 승부처는 기술 개발 속도보다 의료 현장 활용과 사업화 역량에 달렸다.
ORchestra의 첫 임상시험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