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하지만 서로 다른 형태로 흩어진 생명정보를 하나로 연결해 신약개발 초기 후보물질 선정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멀티오믹스 네트워크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 메디리타(MediRita)의 배영우 대표는 유전자·단백질·화합물·질병 정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축한 AI 플랫폼 MuN-AI로 치료 표적 발굴, 신규물질 설계, 효능 및 안전성 예측을 지원하고 있다. 메디리타는 AI 솔루션 공급과 자체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병행한다.
메디리타는 2018년 6월 설립됐고, 2019년에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웠다. 진승현 연구소장은 공동창업자다. 배 대표는 한국IBM에서 헬스케어·바이오 R&D와 왓슨 사업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는 4차산업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AI 신약개발 지원센터 설립에 참여했다.
배 대표는 국내 제약사 연구진과 함께 AI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제약산업이 다루는 데이터가 얼마나 방대하고 생명현상 분석이 얼마나 복잡한지 직접 체감했다. 그는 당시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신약개발이 방대한 생명정보를 분석하고 수많은 선택지를 검토해야 하는 분야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협업이 AI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겠다는 결정으로 이어져 메디리타 설립에 이르렀다.
생명정보를 네트워크로 잇는 MuN-AI 구조
MuN-AI의 멀티오믹스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에는 300만 개 이상의 지식정보와 2,000만 개 이상의 연결정보가 담겨 있다. 유전자, 단백질, 질병, 화합물 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묶어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합성과 세포실험으로 검증하는 방식이다. 배 대표는 접근 방식을 두고 “서로 다른 생명정보의 연관관계를 네트워크로 구축하는 접근법을 선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플랫폼은 세 기능으로 나뉜다. MuN-AI Analytics는 치료 표적 발굴, 가설 검증, 약물 재창출 분석을 맡는다. MuN-AI MODSP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후보물질 구조를 설계하고 물성 예측과 ADMET 분석을 수행한다. MuN-AI DEP는 후보물질의 약효, 작용기전, 부작용을 예측한다.
MuN-AI v1.4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GS 1등급 소프트웨어 품질인증을 받았다. 메디리타는 2026년 10월 기준 등록특허 10건을 보유하며, 국내 8건에 미국과 중국이 각 1건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4년 중소기업 R&D 우수성과 50선 전략기술 분야에 메디리타를 선정하고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선정 배경에는 AI로 설계한 후보물질을 합성해 세포실험으로 확인한 근감소증 연구 성과가 있다.
근감소증 연구로 AI 예측을 실험에서 검증
근감소증 후보물질 연구는 AI 예측의 실험 검증 사례다. AI가 우선순위를 선정한 후보물질 약 10종을 실제로 합성해 세포실험을 진행했고, 일부에서 근세포 분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인체에서의 치료 효과는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
회사 IR 자료에 따르면 이 연구에서 AI를 활용한 가설 검증과 유효물질 탐색에는 4주가 걸렸다. 선도물질 도출에는 2주가 소요됐다. 배 대표는 이 과정을 “AI가 도출한 예측 결과를 실제 실험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다시 연구개발에 반영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AI의 한계도 분명히 했다. “AI 기술만으로 신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약개발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 과학적인 실험 검증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AI 솔루션 공급과 협력 사례
현재 사업모델은 AI 솔루션 공급, 데이터 분석, 자체 후보물질 개발이 중심이다. 2026년 10월 회사 IR 자료 기준 AI 솔루션 사업의 누적 매출은 약 2억 원이고, AI 데이터 사업의 누적 매출은 약 4억 원이다. 메디리타는 Google for Startups Cloud Program을 통해 약 35만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지원도 확보했다.
외부 기업 대상 사례로는 단백질체·대사체 분석 전문기업 바질바이오텍이 있다. 2024년 5월 AI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바질바이오텍은 질량분석 생명정보 처리 효율과 분석 결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MuN-AI 도입을 추진했다.
임상시험 분야 전문성을 가진 움트와는 2025년 업무협약을 맺었다. 헬스케어 기업 조윈과는 2026년 8월 AI 기반 예방물질 발굴 및 헬스인슈 사업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메디리타가 예방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협력사가 제품개발과 사업화, 보험 연계 모델을 추진하는 구조다.
기술이전, 질환 확장, MuN-AI 고도화 계획
자체 후보물질 쪽에서는 근감소증 후보물질의 초기 기술이전과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하고 있다. 약물 작용기전 분석 경험을 활용해 골다공증, 골관절염 등 노화 관련 질환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기술 고도화 일정도 잡혀 있다. 2026년에는 MuN-AI 2.0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2027년에는 에이전트형 AI를 적용한 MuN-AI 3.0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미국·중국 특허를 기반으로 현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파트너십을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