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사용자 130만 명을 확보한 AI 요약 서비스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쪽을 택한 스타트업이 있다. 릴리스AI(LilysAI) 오현수 대표는 기존 코드를 사실상 다시 작성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규 서비스 '리드레이(Readray)'를 10월 26일 기존 릴리스AI와 통합 출시할 예정이다. 개발에는 대표를 포함해 5명이 참여했고, 기간은 약 두 달 반이다.
리드레이는 '읽다(Read)'와 '엑스레이(X-ray)'를 결합한 이름이다. 릴리스AI는 2023년 9월 출시됐고, 외부 투자 없이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네이버·보이저엑스 엔지니어 출신인 오 대표와 뤼튼·보이저엑스에서 제품 기획을 맡았던 김예인 최고제품책임자(Head of Product)가 함께 창업했다. 출시 10개월 만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으며, 지금까지 생성된 리포트는 900만 건 이상이다.
국내에서 통한 설계가 해외에서는 장벽이었다
릴리스AI는 접속 기록이 확보된 국가가 182개국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성장이 해외에서도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내에서 통했던 제품 설계 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됐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제작팀은 해외 사용자에게 직접 접근해 영어로 60여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오 대표는 인터뷰에서 읽은 지역별 성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만 이는 오 대표의 해석이며, 지역을 일률적으로 나눈 것은 아니다.
“아시아권 사용자는 글자를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글로벌 사용자는 글자를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대표는 또 이렇게 말했다.
“동양권 사용자들은 문자를 나를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자로 여겨 버튼마다 설명이 적혀 있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서구권 등 글로벌 사용자들은 화면에 글자가 많으면 피로감을 느끼고 직관적인 아이콘을 직접 눌러보며 기능을 학습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부가 기능 11개를 덜고 읽기에 집중
리드레이는 이 관찰을 제품 설계에 반영했다. 만화 생성·발표자료 템플릿 등 기존 서비스의 부가 기능 11개를 덜어내고 읽기 경험에 집중했다. 오 대표는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화면 구성에서도 비슷한 차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여러 기능을 앞세우는 젠스파크(Genspark)와 간결한 작업 흐름을 내세우는 마누스(Manus)를 견주며, 다기능 중심 설계가 모든 시장에서 통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별도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도 바로 읽고 정리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전용 데스크톱 앱을 새로 개발하고, 크롬 확장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기존 크롬 확장 프로그램은 이용자 4만 명 이상, 평점 4.7점이다.

자료 성격을 읽고 먼저 제안하는 프로액티브 AI
리드레이에는 자료의 성격을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안하는 프로액티브 AI 방식이 적용됐다. 학술 논문을 넣으면 선행 연구와 저자 이력, 후속 연구 링크를 찾아 연결하고, 논문 속 도표는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컴포넌트로 바꾼다. 회의 녹취록은 미팅 노트로, 제품 리뷰 영상은 시간대별 스크린샷이 담긴 리포트로 정리한다.
요약의 깊이에 대한 요구도 사용자마다 달랐다. 일반 이용자가 짧고 간결한 요약을 선호한다면, 전문가는 더 상세한 정리를 요구한다고 한다. 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비전문가는 세 줄 요약처럼 짧은 걸 좋아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발 더 길고 상세하게 요약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원본 논문을 읽는 데 10시간이 걸린다면, 구조화된 요약본을 읽는 데 1시간이 걸려도 엄청난 이득이기 때문이죠.”

정확성 관리와 범용 AI와의 경쟁
릴리스AI는 요약의 근거를 추적하고, 누락이 있으면 리포트를 재생성하는 방식 등으로 정확성을 관리하고 있다. 오 대표는 연구자 집단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요약 내용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기어코 원문 링크를 클릭해 교차 검증하는 집단입니다. 200문장 중 단 한 문장만 틀려도 다 기억하고, 도표의 화살표 방향 하나만 어긋나도 전체를 틀린 그림이라고 판단하죠.”
경쟁 상대는 챗GPT·클로드(Claude) 같은 범용 AI다. 오 대표는 구글과 스타트업의 처지를 견주며 이렇게 말했다.
“구글은 자료를 읽는 도구와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를 모두 품고 있지만, 막강한 유통망과 무료 모델을 가진 빅테크니까 가능한 전략입니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글로벌에서 승부를 보려면 단 한 가지 영역에서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범용 AI와의 경쟁에서 회사는 전문 이용자의 작업 방식에 맞춘 설계와 개인화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오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범용 AI가 특화 기능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일 뿐이지만, 안 하는 영역이 쌓이다 보면 고객 입장에서는 ‘못 하는 것’과 같은 가치 차이로 다가옵니다.”
장기 성장 방향으로는 영문 교정 서비스 그래멀리(Grammarly)처럼 하나의 작업에 집중한 소프트웨어로 성장하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베타 첫 주 재방문율 72%
글로벌 비공개 베타 테스트는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첫 주 재방문율은 72%로 나타났다. 정식 출시 전 제한된 이용자 대상 수치로, 장기 유지율이나 유료 전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국내 이용자의 적응과 이탈 가능성은 통합 출시 이후 확인해야 할 과제다. 통합 출시는 10월 26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