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가 동시에 말하고 동시에 알아듣는 통역을 어떻게 구현했을까. 엔디소프트(박남도 대표)는 기업용 문자(메시징) 사업에서 쓰던 에이전트-게이트웨이(Agent–Gateway) 방식을 통역 시스템에 적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다자간 실시간 AI 통역 서비스 ‘레디세이(Ready Say)’를 국내 산업현장·선박·공공시설로 넓히고 있다. 하나의 통역 세션에는 최대 500명이 참여할 수 있다.
여러 국적 근로자가 함께 일하는 현장에서 작업 효율과 안전을 높이려면 다수가 동시에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서비스의 배경이다. 엔디소프트는 다수 이용자의 음성이 겹치거나 접속량이 늘 때 생기는 처리 지연과 음성 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시징 사업에서 쓰던 방식을 가져왔다.

음성인식부터 LLM까지 자체 개발
엔디소프트는 음성인식, 음성출력, 화자 분리, LLM, UI를 자체 개발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핵심 통역 기술을 직접 만들어 외부 통역 API 의존도를 낮췄다. 기업용 메시징에서 쌓은 대량 처리 경험은 다자간 실시간 AI 통역의 기반으로 쓰였다.
정보 보안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데이터 유출을 막는 통역 처리와 기록 관리 체계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AI 통역 서비스는 2019년 연구개발에 착수해 2021년 출시됐고, 2023년부터 유료로 제공되고 있다. 2023년 10월에는 조달청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으로 지정되면서 공공시장에 진출할 기반도 마련했다.
접속 방식에 따라 나눈 세 가지 서비스
서비스는 접속 방식에 따라 Language Free Zone·City·Shop으로 나뉜다. Language Free Zone은 공공시설과 산업현장용으로, 전용 패널이 설치된 지역에서 반경 30m 안에 들어가면 해당 통역 세션에 자동 접속된다. 2026년 10월 업데이트로 웹 접속도 가능해졌다.
Language Free City는 이동 중에 쓰는 통역 서비스로, 휴대전화 ‘톡톡’ 방식이다. Language Free Shop은 관광지와 상점용이다.
엔디소프트는 컨퍼런스·초등학교·협회·단체를 대상으로 Language Free Zone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행사에서 일상 업무 현장으로
통역 서비스는 부산국제영화제, 제주포럼, 플라이 아시아, 부산 블록체인 위크 등에서 제공됐다. 최근에는 행사 위주에서 제조업·건설현장·선박 등 일상 업무용 통역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국내 고객 확보 방식은 협회·단체를 통한 회원사 공급이다. 2026년 2월에는 이노비즈협회 부산울산지회와 산업·안전 분야 업무협약을 맺었고, 같은 해 5월에는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계약을 체결해 선사 공급을 넓히고 있다.
메시징이 매출 대부분, AI 통역은 15%
박남도 대표는 2008년 기업용 문자 사업을 시작했고 법인 전환은 2012년이었다. 기업용 메시징 사업을 운영해 온 기간은 18년이다. 회사에 따르면 메시징 고객의 90%가 10년 이상 거래를 이어오고 있으며, 전담 인력 3명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메시징 서비스를 운영한다.
2025년 엔디소프트 전체 매출은 345억 원이다. 이 가운데 메시징 부문이 292억 원으로 약 85%를 차지했고, AI 통역 사업은 53억 원으로 약 15%였다.
회사에 따르면 AI 통역 서비스 계속 이용률은 2024년 53.3%에서 2025년 79.3%로 올랐다. 평균 계약 기간도 2023년 3.8개월에서 2025년 18.2개월로 늘었다.
해외 진출과 도시 확장 구상
회사가 제시한 현황에서 엔디소프트는 17개국 기업과 양해각서(MOU) 25건을 체결했다. 해외 진출 대상으로는 싱가포르·태국·중동 등 아시아태평양 및 인접 지역을 검토하고 있으며, MOU를 실제 공급 계약으로 바꾸는 것이 과제다.
국내에서는 부산을 중심으로 Language Free City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통역을 도시 생활공간으로 넓히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2021년 세계지식포럼에 인공지능 분야 연사로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