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코딩 테스트 수요를 줄이자 그렙이 AI를 얼마나 잘 쓰는지 채점하는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다. 코딩 테스트 플랫폼 프로그래머스를 운영하는 그렙의 임성수 대표는 인터뷰에서 AI 역량 평가와 원격 시험 감독 솔루션 모니토를 앞세워 2028년 IPO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잡았던 2027년 4월 상장 계획은 미뤘다.
임 대표는 국민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그렙은 이확영 공동창업자와 함께 2017년 코딩 테스트 플랫폼 프로그래머스를 내놨다. 프로그래머스를 활용하는 기업은 1,400여 개, 누적 응시자는 81만 명을 넘어섰다.
생성형 AI가 흔든 코딩 테스트, 프롬프트 기록으로 채점하는 새 평가
생성형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면서 코딩 테스트가 더는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고, 코딩 테스트 수요가 줄었다. 그렙은 이를 두 번째 위기로 꼽았다.
그렙은 위기의 돌파구를 생성형 AI에서 찾았다. 지난 3월 출시한 AI 역량 평가는 구성원의 AI 활용 능력을 측정하는 서비스다. 응시자가 AI와 일하는 과정, 곧 프롬프트 기록을 바탕으로 채점하며 채점 기준은 4가지다.
출시 반년 만에 국내 대기업 계약을 따냈고 미국 첫 고객도 확보했다. 그렙이 지난 6월 중견·대기업 인사담당자와 경영진 20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26 대한민국 기업 AI 역량 진단 리포트’에서는 응답자 66.5%가 AI 역량을 측정할 기준이 없다고 답했다.
채용 다음은 교육·AX 진단·자격증
AI 역량 평가는 채용에서 임직원 교육 효과 측정과 부서별 AX 진단으로 넓어지고 있다. 평가와 교육을 묶은 프로그램은 이번달 본격적으로 나왔다. 그렙은 AX 전문 조직을 꾸릴 계획이다.
임 대표는 평가와 교육의 연계를 차별점으로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교육에 앞서 테스트로 수준을 확인해야 그에 맞는 교육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점수라면 무엇을 배워야 하고, 교육을 받으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죠. 평가와 교육을 연계하는 것이 저희의 차별점입니다. 다만 지금의 평가와 교육은 범용적인 AI 활용 역량과 AI로 흔히 처리하는 업무를 다룹니다. 조직의 AI 역량이 실제로 높아지려면 그 조직의 업무와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춘 교육이 필요합니다. 기업 교육도 고객사마다 맞춤형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요.”
내년에는 민간 AI 역량 자격증을 내놓을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국가공인 자격을 목표로 한다. 그렙은 코딩 역량 인증 시험 PCCP·PCCE와 데이터 역량 인증 시험 PCSQL도 운영하고 있다.

자격증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AI 자격증은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지식을 묻는 데 그쳐, 실무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는 자격증은 드뭅니다. 저희는 응시자가 실제로 AI와 일하는 과정을 보고 평가합니다. 자격증이 곧 AI로 일할 줄 안다는 증명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모니토의 오탐 문제, LLM 에이전트로 다루다
모니토는 그렙의 원격 시험 감독 솔루션이다. 팬데믹으로 응시자들이 한곳에 모일 수 없게 되자 그렙은 원격 시험에서 답을 찾았고, 그 결과물이 모니토다. 대기업 등 약 1,000개 기관이 쓰며, 모니토로 치르는 시험은 연간 3,600건 이상이다. 그렙은 부정행위 탐지 관련 영상 데이터를 수만 건 쌓았다.
AI를 도입하면서 감독 인력은 크게 줄었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오탐이 늘어 사람이 다시 검토해야 했다. 그렙은 오탐을 줄이려고 LLM을 도입해 지난 5월 LLM 에이전트를 적용했고, 멀티모달 분석도 더했다. 자체 테스트에서 사후 검토 시간은 30% 이상, 오탐은 20% 줄었다. 감독관은 고위험 정황만 검토한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늘자 그렙은 지난해 11월 모니토 플러스를 출시했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영역의 부정행위까지 차단하는 제품이다.
임 대표는 글로벌 AI 시험 감독 시장에서 LLM 적용만으로 선두 그룹에 진입했고, VLM을 더하면 정상도 겨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기술 수준에 대한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시험 감독 솔루션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곳은 전 세계에서 저희가 처음입니다. 부정행위를 잡아내는 AI 기술로는 글로벌 톱 레벨이라고 자신합니다.”
서버가 무너졌던 8,000명 접속, 지금은 2만 명
모니토·AI 역량 평가는 현재 동시 접속 2만 명을 안정적으로 감당한다. 출시 직후 한 시중은행 채용 시험에서는 8,000명이 한꺼번에 접속해 서버가 버티지 못한 적이 있다. 임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출시 직후 한 시중은행 채용 시험에 쓰이면서 8,000명이 한꺼번에 접속했어요. 서버가 버티지 못해 전 직원이 달려들어 대응했죠. 그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지금은 동시 접속 2만 명도 안정적으로 감당합니다. 이만한 인원을 한 번에 소화하는 시험 감독 서비스는 전 세계에서 저희밖에 없어요.”
VLM·AI 카메라·NPU 소형 서버, 시험센터로 향하는 기술
그렙은 VLM(비전언어모델)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VLM은 이미지와 영상을 언어와 함께 이해하도록 학습한 AI 모델이다. AI 카메라 프로토타입은 완성했다.
겨냥하는 곳은 토익·토플처럼 컴퓨터가 늘어선 시험센터다. 전 세계 시험센터는 10만 곳이 넘는다. 그렙은 이 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8월 컴퓨터 기반 시험(CBT) 전문 기관인 P사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 글로벌 운영사와는 시범 운영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 운영사가 둔 시험센터는 2만여 곳이다. NPU 기반 소형 서버도 구상 중이다.
코딩 테스트의 자리, 그리고 2028년 IPO
코딩 테스트의 앞날에 대해 임 대표는 없어지기보다 본래 역할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전에는 일부 기업이 아무도 풀지 못할 만큼 어려운 문제를 주문하기도 했어요. 앞으로 코딩 테스트는 논리적 사고력과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는지 확인하는 기초 역량 평가로 자리 잡을 겁니다. 미국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갔습니다. 지금은 코딩 테스트를 한시적으로 없애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지만, 결국 같은 길을 가리라고 봅니다.”
그렙은 지난해 6월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고 2027년 4월 상장을 계획했다. 올해 생성형 AI로 사업 환경이 크게 바뀌자 일정을 미뤘다.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한 뒤 2028년 상장에 도전한다. 누적 투자액은 132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