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블이 창업 11년을 맞아 미션과 비전을 다시 세우면서, 구성원이 AI를 단순히 쓰는 것을 넘어 AI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조직문화 전면에 내세웠다. 국내 네이티브 광고 시장 점유율 64%를 차지한 네이티브 광고 및 AI 광고 플랫폼 회사인 데이블은 2024년 5월 앱 퍼포먼스 DSP ‘웨어즈’를 출시하고 2025년 10월에는 리테일 미디어 광고 상품 ‘티켓부스트’를 내놓으며 사업 구조를 확장해왔다.
사업 확장이 부른 미션·비전 재정립
기존에 데이블은 스스로를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으로 정의했지만, 네이티브 광고 플랫폼 DNA에서 출발해 앱 DSP 웨어즈, 리테일 미디어 솔루션 세일즈부스트와 티켓부스트까지 사업이 확장되면서 이 정의로는 회사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데이블은 구성원 토론과 투표를 거쳐 새 미션과 비전을 확정했다. 새 미션은 “기술로 기존 산업의 성장공식을 다시 쓴다”이며, 비전은 “고객의 다음 행동을 가장 잘 예측하는 AI 컴퍼니”다. 사업 영역이 광고에서 예측 기반 AI 기술로 확장된 만큼, 미션과 비전 역시 특정 광고 상품이 아니라 AI 기술 자체를 회사의 정체성으로 규정한 셈이다.
일 잘하는 방법 10가지, AI 설계자로 재편
미션·비전과 함께 데이블은 기존의 ‘일 잘하는 방법 10가지’도 소통의 원칙, AI를 다루는 방식, 실행의 원칙 3가지 축으로 재정비했다. 핵심은 구성원이 ‘AI의 사용자’가 아니라 ‘AI의 설계자’로 일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이를 위해 데이블은 회의를 구글 밋으로 진행하고 AI가 자동으로 회의 내용을 기록·정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결론만 남기는 회의록으로는 AI가 맥락을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변화다. 이채현 대표는 컨텍스트를 우선하는 원칙을 두고 “AI 시대에 필요한 가치입니다. AI도 컨텍스트가 풍부하면 일을 훨씬 잘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채현 대표는 “‘이렇게 결정됐습니다’라는 결론만 남아 있으면, 숨겨진 암묵지를 모르는 AI는 그다음 행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를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결정의 배경까지 문서화해야 AI가 다음 단계의 판단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AI 활용 수준에 따른 구성원 간 격차도 언급했다. “AI를 정말 잘 쓰는 상위 10%를 보면 5명 몫의 일을 해요. 여전히 못 쓰는 사람은 자기 몫만 하고 있고요”라며, 이어 “목표는 상위 10%를 10명 몫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평균을 3명 몫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혼자 쌓으면 덧셈이지만 나누면 곱셈이 되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일부 구성원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대신, AI 활용법을 조직 전체에 확산시켜 평균 생산성을 높이는 쪽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 대표는 “AX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하며 AI 전환을 회사의 생존 조건으로 규정했다.

암묵지를 나누는 조직문화 제도
데이블은 AI가 조직의 암묵지를 학습할 수 있도록 문서화를 강조하는 한편, 구성원 간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기존 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동료의 기여를 서로 추천하는 ‘피어 보너스’ 제도에는 분기마다 20명 넘는 인원이 이름을 올린다. 전체 직원 80명 규모의 조직에서, 제도 건의 창구인 ‘폴리시 커뮤니티’를 통해 구성원들이 직접 조직 운영 방식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씩은 4명씩 조를 구성해 함께 식사하는 ‘랜덤 런치’를 통해 부서를 넘나드는 교류 기회를 만든다.
이 같은 제도들은 ‘데이블러’로 불리는 구성원 개개인의 경험과 판단이 조직 전체에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설계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AI가 회의의 맥락과 결정 배경을 기록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사람 사이의 암묵지 역시 특정 개인에게 머물지 않고 나눠지도록 하는 것이 데이블이 이번 개정을 통해 드러낸 조직 운영의 방향이다. 미션과 비전이 기술을 중심에 둔 것처럼, 일하는 방법과 조직문화 제도 역시 AI와 사람이 함께 성과를 키우는 구조를 향해 맞춰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