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좋아졌다고 생산성이 저절로 오르지는 않는다. 스탠퍼드대 에릭 브리뇰프슨 교수는 2026년 9월 9일부터 1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Try Everything 2026’ 기조강연에서 이른바 ‘AI 생산성 역설’을 화두로 던졌다. AI 기술의 성능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지만 실제 기업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극이 있으며, 기술을 조직과 업무 재설계와 결합해야만 그 간극이 메워진다는 주장이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와 매경미디어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주관했다.
AI·딥테크 중심, 자본과 시장을 연결하는 전략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막식에서 “AI는 이미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의 일과 생활을 바꾸고 있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변화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먼저 도전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느냐”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기술 발굴 단계를 넘어 자본과 시장을 연결해 서울 스타트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외 스타트업 80개사가 참여해 IR 피칭, 오픈이노베이션, 일대일 밋업, 전시,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밋업 전용 부스는 지난해 15개에서 올해 30개로 두 배 확대됐다.

앤트로픽·팔란티어도 무대에…AI 기업 세션 잇따라
행사에는 AI 기업의 실전 전략을 다루는 세션도 다수 배치됐다. 팔란티어는 FDE(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 세션을 진행했고, 앤트로픽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스타트업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세션을 열었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는 아모레퍼시픽, CJ ENM, 인바디, 현대홈쇼핑, CJ제일제당,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참여해 스타트업과의 실질적 협업 기회를 모색했으며, 마크앤컴퍼니가 오픈이노베이션을 공동 주관했다.
오세훈 시장은 “스타트업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자가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업과 대학이 힘을 보탤 때 혁신이 탄생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금융투자협회가 공동 개최한 스케일업센터 공개 IR 결선 피칭에서는 참가 스타트업들이 투자자와 심사위원 앞에서 사업모델과 기술을 발표했다.

7조원 벤처펀드에 이어 4조원 신규 펀드
서울시는 자본 공급 측면에서도 대규모 카드를 꺼냈다. 2019년부터 조성해온 서울시 벤처펀드는 누적 규모 7조 원에 달하며, 여기에 더해 2027년부터 4조 원 규모의 ‘넥스트 이코노미 서울 펀드’를 조성한다. 서울시는 지난 7년간 서울 창업생태계 가치가 1,000억 달러 이상 성장했고 고부가가치 일자리 5만 개 이상이 창출됐다고 밝혔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은 글로벌 창업도시 평가에서 3년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는 9위를 기록했다.
오세훈 시장은 “혁신이 시작되는 도시를 넘어 혁신을 키워 세계로 내보내는 도시”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AI 기술의 성능 향상 자체보다 그것을 조직과 시장에 어떻게 결합시키느냐가 관건이라는 브리뇰프슨 교수의 진단은, 서울시가 자본과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동시에 강화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기술 발굴에서 스케일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서울의 다음 행보는 신규 벤처펀드 집행과 함께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