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진짜 경쟁력은 로봇을 얼마나 빨리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실물 데이터를 쌓느냐에서 갈린다.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1위 기업 애지봇(AGIBOT)의 국내 공식 파트너인 화인로보틱스 김묵현 대표는 이런 판단 아래 지난 9월 1일 교육용 조립형 휴머노이드 ‘X2 EDU’를 국내에 출시했다. 화인스텍을 2009년 세운 김 대표는 애지봇의 상하이 공장을 직접 방문해 데이터 수집 구조를 파악한 뒤, 국내 교육 현장에 맞는 제품과 모션캡처 스튜디오까지 구축해 대응에 나섰다.

급성장한 출하량, 아직 낮은 현장 도입률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세계에서 2만2000대 넘는 휴머노이드가 출하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세 배 넘게(약 300%) 불어난 수치이고, 연말까지는 누적 출하량이 5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쓰임새를 뜯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엔터테인먼트·데이터 생산용이 절반을 훌쩍 넘는 6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지능형 제조는 13%, 창고·물류는 5%에 불과해, 시장 규모에 비해 산업 현장 도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게 드러난다. 2023년 2월 상하이에서 창업한 애지봇은 이 상반기 물량 중 약 9700대, 점유율 43%를 가져가며 선두를 지켰다.
2976시간 궤적 데이터가 만든 격차
애지봇의 경쟁력은 상하이 AI 랩, 상하이혁신연구원과 함께 만든 대규모 실물 데이터 수집 체계 ‘AgiBot World Colosseo’에서 나온다. 4000㎡가 넘는 공간에 동일 사양 로봇 100대를 투입해 217개 작업, 106개 장면에서 100만1552건의 궤적, 총 2976시간에 달하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시설은 2024년 9월부터 가동됐다는 게 중국증권보의 보도이며, 21세기경제보도는 이렇게 확보된 실물 로봇 데이터가 시간당 500~1000위안에 거래된다고 전했다. 애지봇은 지난 4월 17일 상하이 파트너 컨퍼런스에서 ‘배포 원년’을 선언하고 표준화된 7대 솔루션을 공개했으며, 소프트웨어 플랫폼 ‘지니 스튜디오(Genie Studio)’를 통해 모방학습·강화학습 기반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데이터 축적은 실제 현장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안타(Anta) 매장에서는 로봇 도입 후 방문객이 20% 늘었고, 광저우 지하철은 운영비를 13% 절감했으며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은 청소 비용을 18% 줄였다. 롱치어테크놀로지(Longcheer Technology)는 지난 6월 난창 공장 실증을 6일간 공개해 64시간 넘게 연속 가동하며 6만4828건의 작업을 처리, 태블릿 1만7625대를 99.99% 성공률로 생산했다고 밝혔다.
국내 데이터 확보의 현실적 장벽
김묵현 대표는 국내에서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모으기 어려운 이유를 현장 손실 문제로 짚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데이터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공정의 한 라인에서 사람을 빼고 로봇을 넣어야 하는데 보통의 기업에서는 로스가 생기는 것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는 해외에서 이미 확보된 범용 데이터를 활용하는 동시에, 국내 필수 데이터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립형 교육 로봇으로 인력부터 키운다
화인로보틱스가 X2 EDU를 내놓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려면 부품 조달만큼이나 실제 로봇을 다룰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경쟁사 유사 사양 제품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두 사람이 하루 8시간씩 이틀이면 조립을 마칠 수 있도록 설계됐고, 부품 구조 이해부터 Sim-to-Real 연구까지 이어지는 7단계 학습 로드맵을 갖췄다. 화인로보틱스는 오는 10월 로봇 핸드 관련 교육을 CS팀 일정에 추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런 접근을 “앞서 나간 기술을 먼저 사서 써봐야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직접 만드는 단계에 갔을 때도 그 경험이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화인로보틱스는 애지봇 판매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국내 주요 대기업 다수에 제품을 공급했고, 올해 매출은 60억~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 서밋 서울 현장에서는 화인로보틱스의 X2 Ultra가 케이팝 댄스를 선보이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정부 목표와 남은 과제
정부는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생태계에 2조3000억원, 피지컬 AI 실증에 2조8000억원을 투입하고 내년부터 6000억원 규모 예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현재 45%에서 2030년 80%까지 끌어올리고, 국산 휴머노이드 공공구매는 내년 250대에서 2030년 1080대로 늘리는 게 목표다. 여기에 필요한 AI 인재는 약 2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같은 목표를 채우려면 부품 국산화와 별개로 실제 로봇을 다루고 데이터를 만들어낼 인력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화인로보틱스의 판단이다. 국내 로봇 기업들 역시 서로 경쟁 상대이기보다는 시장 자체를 함께 키워야 할 동반자로 봐야 한다는 인식도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