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브랜드를 인용하는 방식을 데이터로 추적해 콘텐츠 전략을 다시 짜는 회사가 있다.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 전문 기업 애니모프(Anymorph)는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구글 AI 오버뷰, 네이버 AI 브리핑 등 10여 개 AI 엔진의 답변 생성 과정을 브라우저 자동화로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콘텐츠를 제작·배포한 뒤 성과를 재측정하는 순환 구조의 서비스를 운영한다. 송준혁 대표와 공동창업자 해럴드 김이 2025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한국 법인을 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7일에는 자체 스크래핑 엔진 ‘쿼링에이아이(querying.ai)’를 공개했다.
“AI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대단히 잘합니다. 반면 만들어진 제품을 알리고 팔리게 만드는 유통(distribution) 영역에서는 AI가 아직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요. 사용자가 정보를 접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지면이 이제 AI가 됐습니다. AI가 어떻게 답변을 만드는지 로직을 분석해보니, 자동화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넓었어요.” 송 대표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치던 사용자들이 AI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AI 답변에 브랜드가 인용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환경 변화를 서비스의 출발점으로 짚었다.
쿼리 팬아웃부터 인용 문단까지, 답변 생성 과정을 단계별로 기록한다
애니모프의 핵심은 AI 답변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추적하는 데 있다. “AI는 사용자의 질문 하나를 여러 개의 하위 검색어로 쪼개는데, 이를 쿼리 팬아웃(query fanout)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이 단계부터 기록해요. 쪼갠 검색어를 어느 엔진에 넣었는지, 받아온 결과 가운데 실제로 어떤 페이지를 열어봤는지, 최종적으로 어떤 출처의 어떤 문단을 인용해 문장을 만들었는지가 시간 순서대로 쌓입니다.” 쿼링에이아이는 국가·언어별 IP를 바꿔가며 동일 프롬프트를 입력해 이 과정을 재현하고, 한 번에 최대 500건의 요청을 처리한다.
이런 수집이 필요한 이유는 LLM API 호출과 실제 브라우저 답변의 작동 기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GEO를 직접 하려는 기업이 있는데, 매일 수백 개 프롬프트를 AI 엔진별로 여러 국가·언어 조건으로 돌리려면 브라우저 자동화와 지역별 IP 관리가 필요하고, 답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기록하려면 검색어와 열람 페이지를 추적하는 장치도 따로 있어야 해요. 궁금해서 프롬프트 몇 개 넣어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프롬프트 하나가 엔진 수, 국가·언어 수만큼 곱해져 매일 쌓이는 만큼, 고객사 한 곳이 관리하는 프롬프트가 수백 개라면 하루에 나오는 답변만 수천에서 수만 건에 달한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업종마다 다른 인용 로직, 데이터로 우선순위를 나눈다
애니모프가 강조하는 것은 GEO에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별로 로직이 전혀 다릅니다. SaaS 분야는 자사 블로그와 제품 설명 페이지, 즉 퍼스트파티의 인용 비중이 40% 가까이 되지만, 뷰티는 5%에도 미치지 못해요. 커머스에서는 SNS와 커뮤니티에 어떻게 언급되는지가 결정적입니다. 그렇게 되면, 같은 예산을 자사 페이지에 쓸지 외부 채널에 쓸지가 업종에 따라 달라지게 되죠. 고객사마다 타깃해야 할 프롬프트와 실행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SaaS 분야의 퍼스트파티 인용 비중은 약 40%인 반면 뷰티 분야는 5% 미만으로 나타났다.
오프사이트(발견)와 온사이트(선택)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도 애니모프가 관리하는 영역이다. “오프사이트 대응은 두 가지입니다. 채널에 가이드를 주는 방식이에요. 영상의 제목과 캡션, 자막까지 AI가 읽는다는 점을 감안해 대본과 제목을 정하고, 보도자료에도 어떤 요소가 들어가야 인용률이 높아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PR을 할 때 채널의 성격과 권위가 해당 분야에 맞아야 하고,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처럼 신뢰할 만한 근거가 담겨야 인용이 잘 됩니다.” 애니모프는 이 오프사이트 요소와 온사이트 콘텐츠를 함께 분석해 브랜드 미노출의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노출도 2배, 트래픽 2.5배 — 대형 고객사의 실측 성과
애니모프는 국내 톱5 뷰티 기업 중 세 곳을 포함해 20여 개 고객사를 운영 중이다. 연매출 5,000억원대 뷰티 고객사의 경우 AI 유입 방문자 수가 3개월 만에 2.5배 증가했고, 구글 AI 노출도도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었다. 구글 유입 중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에서 40%로 뛰었고, 월 노출 수는 약 2만5,000회에 달했다. 이 고객사의 AI 인용 참조 페이지 중 50~70%는 애니모프가 직접 제작·배포한 페이지였다.
또 다른 대형 고객사에서는 3개월 만에 AI 검색 노출도가 110% 증가했고, 전체 검색 중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서 32%로 약 3배 늘었다. 레퍼럴 트래픽은 120% 증가했으며, 3개월 누적 노출은 220만 회, 인용 페이지 비중은 82%에 달했다. 애니모프는 언급률뿐 아니라 AI 레퍼럴 트래픽, 구글AI 노출도 같은 실제 유입 지표로 성과를 보완해 측정하고 있으며, AI가 루트 도메인 대신 상품 상세 페이지로 직접 링크할 경우 전환율이 약 2배 높아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서울대 재학 창업부터 200억원 인수 제안까지
송준혁 대표는 서울대 재학 중 에듀테크 솔루션 딥솔(Deepsol)을 공동창업했고, AI 네이티브 외주 개발사 볼트랩(Boltlab)을 운영한 이력이 있다. 애니모프는 창업 3개월 만에 미국 프리 유니콘 고객사로부터 약 2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았고, 서비스 출시 초기 VC 크루캐피탈로부터 약 10억원을 투자받았다. 올해는 연간 반복 매출(ARR) 1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가격은 단일 브랜드·단일 언어권을 대상으로 하는 베이직 플랜이 월 200만원대, 멀티 브랜드·다국가를 지원하는 엔터프라이즈 플랜이 월 500만원 이상이다. 애니모프가 깃허브에 공개한 에이전트는 오픈소스 스타 5,000개를 기록했다.
“2~3년 뒤에는 모두가 GEO를 하게 될 겁니다. 그때는 발행하고 성과를 보고 전략을 수정해 다시 발행하는 루프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 이길 겁니다.” 송 대표는 애니모프의 목표를 두 갈래로 설명했다. “애니모프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개인별 퍼스널 에이전트와 에이전트 커머스가 확산되면서 늘어날 온갖 에이전트의 작동 기제를 분석해 의미 있는 인사이트로 바꾸는 회사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인하우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모든 오가닉 마케팅 채널을 대신 관리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답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데이터로 붙잡는 자동화 엔진이, 검색에서 AI로 넘어가는 지형 변화의 다음 국면을 어떻게 포착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