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경쟁이 어떤 모델을 쓰느냐의 문제에서 그 AI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확장 가능하게 운영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IBM은 9월 1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IBM AI 서밋 코리아 2026’을 열고, AI 퍼스트 엔터프라이즈·하이브리드 클라우드·양자 컴퓨팅을 축으로 한 기업 AI 전환 전략을 발표했다. 이수정 한국IBM 사장, 닐 순다레산 IBM 오토메이션 & AI 총괄 사장, 이지은 한국IBM CTO, 백한희 IBM 퀀텀 알고리즘 센터 디렉터가 기조연설과 패널 토론에 나섰고, 트랙별 세션과 전시 부스도 함께 운영됐다.

개인 생산성 도구를 넘어선 에이전틱 AI
이번 서밋의 문제의식은 AI 활용이 개인 생산성 도구 단계를 넘어 기업의 데이터·시스템·업무 프로세스에 직접 연결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에 접근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그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통제하느냐가 AI 전환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수정 사장은 “AI 전구는 이미 켜졌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AI를 기업의 조립 라인에 연결하는 것입니다”라며 기술 자체가 아니라 연결과 운영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닐 순다레산 IBM 오토메이션 & AI 총괄 사장은 “AI는 더 이상 생산성을 높이는 보조 도구가 아니라 기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운영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성공적인 기업은 AI를 얼마나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느냐에 의해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재력과 체감 성과 사이의 간극
IBM이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4%가 2030년까지 AI를 전사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며, AI는 2030년까지 생산성을 42% 이상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대상 기업의 70%는 이 생산성 향상 효과를 신규 혁신과 성장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경영진의 80%는 AI가 미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로 AI가 어떤 경로로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은 20% 수준에 그쳤다. IBM은 자체적으로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전사에 적용해 45억 달러 규모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수정 사장은 이 간극을 두고 “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은 더 뛰어난 모델을 가진 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뒷받침하는 운영 체계에 있다는 것이 발표의 핵심 메시지다.

AI 퍼스트 엔터프라이즈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IBM은 이 간극을 좁히는 방법으로 AI 퍼스트 엔터프라이즈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두 축으로 제시했다. 레드햇 오픈시프트와 하시코프 기반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위에 왓슨x 포트폴리오, IBM 밥(Bob), IBM 콘서트(IBM Concert) 같은 도구를 얹어 데이터·시스템·업무 프로세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구조다. 이지은 한국IBM CTO는 이 기술 축을 중심으로 세션을 진행하며 AI 에이전트가 기업 데이터에 접근하고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거버넌스 설계를 소개했다.
양자 컴퓨팅, 대체가 아닌 보완
백한희 IBM 퀀텀 알고리즘 센터 디렉터는 양자 컴퓨팅을 세 번째 축으로 짚었다. 양자 컴퓨팅은 기존 컴퓨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향으로, 퀀텀 센트릭 슈퍼컴퓨팅 형태로 산업 적용 준비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KB증권·SK텔레콤·삼성생명의 AX 사례
이날 행사에서는 KB증권, SK텔레콤, 삼성생명 관계자가 참여해 실제 기업 현장에서 진행 중인 AI 전환(AX) 사례를 공유했다. 이들 발표는 AI 퍼스트 엔터프라이즈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라는 IBM의 전략이 개별 산업 현장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발표를 종합하면 IBM이 그리는 다음 단계의 경쟁 구도는 명확하다. 어떤 모델을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그 AI가 기업의 데이터와 시스템,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확장 가능하게 작동하느냐가 AI 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