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기업 프리윌린이 인터넷도 전기도 넉넉하지 않은 우간다 굴루 지역에 수학 교재를 보낸 방식은 태블릿이 아니라 종이였다. 권기성 대표는 “태블릿을 활용하는 방식이 혁신처럼 보이지만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교실에서는 무용지물이에요. 이 정도가 현지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실용적인 선이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프리윌린은 NGO 호이(HoE, Hope is Education)와 협력해 2026년 4월 아와치 센트럴 초등학교와 오모티 힐 초등학교 4·5학년 학생 477명에게 수학 교재를 한 권씩 전달했고, 같은 해 6월 16일 아프리카 어린이날에는 무료 교육 자료 플랫폼 ‘오픈플랫(Openflat)’을 공개했다.

인터넷 10분, 노트북 한 대가 만든 기술적 제약
현지 학교의 기술 환경은 열악했다. 인터넷 접속에 10분이 걸리고, 학교에 있는 기기는 중고 노트북 한 대와 작은 프린터 한 대뿐이었다. 프리윌린은 이 조건에 맞춰 오픈플랫의 자료를 한 페이지당 약 67KB로 최적화했다. 3G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열리는 용량이다. 교재는 현지 선생님들과 2주에 한 번 회의를 거쳐 만들어졌고, 학생들은 “진짜 이 책 집으로 가져가도 돼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호이는 2015년부터 우간다 북부 46개 공립초등학교에서 학교학습공동체를 운영해온 현지 네트워크를 갖췄고, 여기에 프리윌린의 매쓰플랫 콘텐츠 기술이 결합했다.
‘풀스택 에듀테크’와 AI 튜터로의 확장
권 대표는 이번 시도가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프리윌린이 그리는 사업 모델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사업성만 놓고 보면 기업이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프리윌린은 해보기로 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좋은 초등 교육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프리윌린은 잉글리시플랫, 사이언스플랫, 스쿨플랫, 풀리캠퍼스 등 과목별 콘텐츠와 진단·학습·인쇄·유통을 아우르는 풀스택 에듀테크 전략으로 매출 1조 원과 유니콘 도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 세계 교육 시장 규모는 1경 원 이상, 국내 영어·수학 시장 규모만도 수십조 원에 달한다.
이 전략의 다음 단계는 AI다. 권 대표는 “앞으로 2~3년 후에는 AI가 과외를 시작할 거라고 생각해요. 에듀테크 유니콘이 탄생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영화 ‘그녀(Her)’에서 AI가 이메일을 정리해 주고 주인공이 대신 써주는 손편지를 함께 다듬는 장면은 당시엔 신기했지만 지금 보면 그리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이미 대부분 가능한 일이 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관계까지 가는 것도 멀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지화 작업에서도 AI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 허들이 AI로 정말 빠르게 낮아지고 있어요. 번역도 그렇고 현지 콘텐츠를 빠르게 반영하는 것도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현지에 콘텐츠를 지원하는 게 훨씬 쉬워질 겁니다”라며 우간다뿐 아니라 케냐, 탄자니아 등으로도 콘텐츠 지원을 넓힐 수 있다고 봤다. 우간다 국가교육과정개발센터(NCDC) 기준에 맞춘 교재 개발 경험도 향후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속도보다 신뢰, 그리고 경영적 실험
권 대표는 이런 접근이 단기 성장보다 신뢰 축적을 우선하는 경영 철학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프리윌린은 과목을 하나씩 늘리고 기능을 하나씩 붙이고 채널을 하나씩 넓히며 착실히 쌓아왔습니다. 느린 대신 신뢰라는 자산이 남았어요. 교육업에서는 J커브 성장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설명이다. 그는 “교육 회사라서 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교육 회사라고 다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프리윌린이니까 하는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권 대표가 어느 포럼에서 들었다는 말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주체다. 돈, 전문성, 인력, 네트워크도 있다. 어느 오지 마을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것은 기업이다. 다만 이를 실행하느냐 마느냐는 기업 철학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교육 기회가 가장 소외된 곳에 있는 아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육을 만나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크고, 위대하고, 존경받는 회사를 만들려고요”라고 밝혔다. 최근 CEO 레터에서는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우리의 선함이 유약함이 아니라 대체할 수 없는 무기이자 정체성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라고 적었다. 67KB짜리 웹페이지 하나에서 시작한 이 실험이 AI 튜터를 거쳐 아프리카 전역의 에듀테크 플랫폼으로 이어질지, 프리윌린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