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의 AI 전환에서 관건은 새로운 모델이 아니라 이미 쌓여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실행 가능한 지능으로 바꾸느냐라는 주장이 나온다. 강진규 세르딕 대표는 제조·플랜트·에너지 산업 현장에 이미 CCTV·센서·설비 데이터가 쌓여 있지만 흩어져 있어 사고 예방이나 운영 판단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 숙련공의 경험도 퇴직·이직과 함께 사라진다는 문제에 주목해 산업 지능 플랫폼을 개발했다. 강 대표는 “데이터는 차고 넘치지만 정작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지능(Actionable Intelligence)은 부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새 설비 교체 없이, 레트로핏으로 AI 결합
세르딕이 택한 방식은 ‘레트로핏’이다. 기존 설비를 교체하지 않고 AI 기능만 추가하는 방식으로, 비전 AI와 IoT 센서, 디지털트윈, 시뮬레이션, AI 코파일럿을 결합해 위험 감지와 운영 판단을 지원한다. 강 대표는 “이제는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시대를 넘어 AI로 산업 현장 전체를 운영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플랫폼의 구조는 비전 AI가 ‘눈’, 시뮬레이션이 ‘두뇌’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비전 AI로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동시에 시뮬레이션으로 원인을 분석해, 감지와 원인 파악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식이다. 세르딕은 이 플랫폼을 안전관리에 우선 적용하고 있으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위험 패턴을 분석해 구조적 원인까지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 AI, 숙련공 경험을 자산으로
강 대표는 “AI가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지만 위험 신호를 더 빨리 발견하고 사후 대응 중심의 안전관리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세르딕은 숙련공의 경험을 AI 코파일럿으로 데이터화해 점검과 판단을 지원하고, 이를 기업의 자산으로 축적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강 대표는 “AI 코파일럿 역시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키우는 기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세르딕은 범용 서비스보다는 산업별·공정별 맞춤형 전문 AI 에이전트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강 대표는 산업 현장의 문제는 공정과 설비마다 달라 범용 AI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제조기업과 노후 산업시설을 중심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세르딕은 싱가포르, 대만,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다.

강 대표는 “산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죠.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를 넘어 사람과 AI가 함께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세르딕은 안전관리에서 출발해 설비 모니터링과 생산성 향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산업 현장의 AI 전환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