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도입 문턱을 낮추는 방법은 가격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바틀은 기업 맞춤형 ERP를 고정가로 구축해주는 모델에, ERP 내부 데이터에 직접 연결되는 AI 애드온 11종을 얹어 운영하고 있다. 패키지 ERP는 저렴하지만 기업마다 다른 업무 방식에 맞추기 어렵고, SI 개발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지만 비용과 기간 부담이 크다는 점을 겨냥한 중간 형태 모델이다. 위시켓이 집계한 2026년 기준 맞춤 ERP 개발 평균 견적이 1억6480만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바틀의 표준형 ERP는 990만원에 12주 만에 구축을 마친다.
ERP 데이터에 바로 붙는 AI 기능들
바틀이 제공하는 AI 애드온은 엑셀 표나 별도 리포트가 아니라 ERP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연결돼 작동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AI 데일리 브리핑은 구축비 250만원, 월 이용료 5만원에 매일 경영 현황을 요약해주고, 전표 초안을 자동 생성하는 기능은 구축비 400만원·월 8만원이다. 자연어로 데이터를 조회하는 기능도 같은 가격대인 구축비 400만원·월 8만원에 제공되며, 이상 거래나 수치 오류를 잡아내는 AI 이상 감지 기능은 구축비 300만원·월 5만원이다. 이 4종을 포함해 총 11종의 AI 애드온이 정찰제로 마련돼 있고, 여러 기능을 묶은 AI 스타터 팩은 구축비 690만원·월 12만원, 전체 기능을 담은 AI 풀 팩은 구축비 1490만원·월 22만원이다. 바틀은 AI 모델 학습에 고객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으며, AI가 만든 결과도 담당자 승인을 거쳐야 최종 확정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규모별 정찰제, 구축은 4단계로
ERP 본체 가격도 기업 규모에 따라 구간이 나뉜다. 직원 10명 안팎에 핵심 모듈 2~3개만 필요한 라이트는 590만원부터, 10~30명 규모의 표준형은 990만원부터, 30~100명 규모의 비즈니스는 2490만원부터, 100명 이상 엔터프라이즈는 5000만원부터 시작한다. 표준형 구축 시 포함되는 모듈은 영업·매출, 구매·매입, 재고관리, 인사·근태, 회계 연동, 경영 대시보드, 권한·보안, 알림·자동화 등 8개이며, 표준형 유지보수비는 월 44만원이다.
구축 과정은 업무분석·설계, 개발, 데이터이관·교육의 4단계로 진행되며, 기업 담당자는 주 1회 약 60분 미팅에 참여하는 정도로 관여한다. 구축이 끝나면 소스코드와 데이터베이스를 고객사에 그대로 제공하고, 이후 1개월간 무상 안정화 기간을 운영한다. 바틀은 사람인, 마리아병원, 딜라이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보생명, 작심독서실 등 다양한 업종에서 ERP를 구축한 사례를 갖고 있다.
패키지 ERP와 SI 개발 사이의 시장 공백을 노린 사업모델은 여럿 있었지만, 관건은 정찰제와 구축 기간 약속을 얼마나 유지하느냐다. 바틀이 ERP 데이터와 직접 연결되는 AI 애드온을 정찰제로 계속 붙여나갈 수 있을지가 이 모델의 다음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